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 배설물을 바닥에 흘렸다는 이유로 남자친구를 때려 살해한 2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10년이 감형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2부(오현규 부장판사)는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에서는 징역 25년을 선고했지만 특수상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아 감형된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부산의 한 대학에 다니던 20대 여성 A씨는 교내 야구 동아리 모임에서 만난 20대 남성 B씨와 2020년 5월부터 만남을 시작했다. 이들은 교제 한 달 만인 2020년 6월부터 A씨의 오피스텔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이후 A씨는 2020년 10~11월 야구방망이 등 둔기로 B씨의 온몸을 수시로 구타했다. 심지어 A씨는 흉기를 사용해 B씨의 피부를 수십 차례 훼손하기도 했다.
정상적인 거동이 불가능하게 된 B씨는 2020년 11월 10일 오후 11시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 배설물을 바닥에 흘리게 됐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그 자리에서 둔기로 B씨의 머리 등을 내려쳤고 결국 B씨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법정에 선 A씨는 B씨가 평소 피학적 성행위와 학대 등을 즐기는 '마조히스트'였다고 주장했다. 몸에 난 상처들 대부분은 B씨가 자해한 것이고 살해할 당시에도 피·가학적 성행위인 'SM 플레이'를 했을 뿐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한편 B씨는 A씨 몰래 자신의 이메일에 상처 기록을 남겼고 휴대전화 메모장에는 A씨에게 극도로 복종적인 자세와 행동을 보일 것을 스스로 다짐하는 내용을 적어놓기도 했다.
또 친구들의 종합 진술에 따르면 B씨는 평소 가학적, 피학적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이 아닌 다른 친구들을 잘 맞춰주는 둥근 성격이었다. 그러다 A씨를 만난 이후 주변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고 A씨만 떠받들며 성격이 변했다.
A씨를 만나기 이전 B씨는 야구 동아리의 투수와 감독을 겸할 정도로 건강했으나 부검 당시 175cm에 몸무게는 55kg에 불과했고 빈혈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B씨는 A씨의 요구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초조하고 위축돼 정신적으로 종속돼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 기간과 방법, 결과 등에 비춰 그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양형을 결정했다. 이에 피고인과 검찰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된 혐의인 특수상해와 살인 가운데 특수상해 부분을 법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살인의 고의가 성립한 전후에 있는 상해행위를 구분할 수 없으므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판결은 상고 기각으로 대법원까지 가지 않고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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