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싸고 격돌하고 있다. 법제사법위원장을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압도적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모든 상임위원장 독식에 나섰다. 국회 독주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해 7월 상임위원장을 11 대 7로 나누되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맡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올 3월 대선 패배 이후 돌변했다.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국회의장뿐 아니라 법사위원장까지 모두 차지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해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지키라”고 항변하고 있다.
각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들은 법사위를 거치며 법안의 체계와 자구에 대해 심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법사위원장은 일반 상임위원장과는 다르다. 법사위원장은 입법 강행 속도전을 저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2004년 17대 국회부터 법사위원장은 제2당 몫이라는 관행이 정착돼왔다. 국회 운영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 본회의 사회권을 갖는 국회의장은 제1당이 차지하더라도 법사위원장은 제2당이 맡아서 견제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여야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이 합의하고 발표한 내용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것은 공당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의 소속 정당을 다르게 하는 것은 숙의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기초적인 장치다. 김진표 의원은 24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직후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고 강조했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면 중립적이고 공정한 국회 운영을 위해 당적을 포기하도록 돼 있는데도 당의 정체성을 강조한 것은 상식의 궤도에서 크게 벗어난 발언이다. 민주당이 당파성을 내세우는 국회의장에 이어 법사위원장마저 독식하겠다는 것은 입법 폭주를 계속하겠다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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