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법을 채택한 북한이 오는 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앞두고 금연 캠페인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에도 공식 석상에서 마스크를 벗고 줄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5일 북한 잡지 '인민보건'은 리희경 금연연구보급소 소장을 인용해 2020년 11월 채택된 금연법 조문을 상세히 소개했다. 31개 조문으로 구성된 금연법은 어린이 보육교양기관과 교육기관, 의료보건기관은 물론 공공장소, 상업, 급양, 편의봉사시설, 화재 위험이 있는 장소와 폭발위험 장소에서는 흡연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잡지는 "중앙보건기관들과 금연연구보급기관들에서 전 국가적, 전 사회적인 금연봉사체계를 세우고 금연 선전과 상담, 금연치료 등 금연 봉사활동을 적극 벌이고 있다"면서 "오늘날 금연 활동은 모든 공민이 자신의 건강과 문명한 사회 건설을 위한 의무적인 사업으로 되어 그 분위기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고 선전했다.
북한이 금연법 제정 2주년인 올해 꾸준히 금연 캠페인을 하는 것은 흡연율을 낮추려는 당국의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 담배 이용 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북한의 15세 이상 흡연율은 18.4%였다. 여성은 0%인 반면, 남성은 38.1%로 집계됐다.
한편 북한이 최근 코로나19로 최대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하면서도 지난 14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협의회에서 김 위원장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고지도자의 줄담배 모습을 조선중앙TV나 노동신문 등을 통해 자주 접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캠페인이 먹혀들겠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때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 위원장에게 금연을 권유하자, 김 위원장의 아내 리설주 여사는 "항상 담배 끊기를 바란다고 부탁하지만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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