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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자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전문가”

[라이프점프×이정원의 창직 탐구_16편] 박미현 업사이클링 전문가

업사이클(upcycle)은 업그레이드와 리사이클을 결합한 용어

재활용품에 대한 인식 변화에서 창직 모델 시작

이미지=최정원




업사이클(upcycle)은 업그레이드와 리사이클을 결합한 용어로, 업사이클 전문가는 버려지는 자원을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이 쓸모없거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버려지는 자원에서 가능성을 찾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을 디자인하거나 교구로 재탄생시킨다.

박미현 씨는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꿀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그는 정치의 일부이자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활동하는 시민단체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졸업 후 국제 청소년 단체에서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행사를 위해 사용되어 지는 현수막이 적게는 매주 두세 장, 큰 행사를 치를 때는 몇백, 몇천 장의 현수막을 사용하게 됨을 알게 됐다. 이렇게 사용된 현수막은 튼튼하고 깨끗했지만, 창고에 쌓아두기 일쑤였고, 재사용보다는 쓰레기로 버려지곤 했다.

박 씨가 보기에 이렇게 버려지는 현수막 자원과 폐기비용은 너무 아까웠다. 이때부터 버려지는 자원과 일상생활 속에서 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할 방법에 대해 본질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2007년에 때마침 ‘사회문제 해결’과 ‘기업’이라는 두 영역을 융합한 ‘사회적기업’ 활성화 법령이 발표됐다. 그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청년들의 모임을 결합시켜 사회적기업에서 활로를 모색했다. 그리고 이듬해 여름 사회적기업에 대해 같이 공부하는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업사이클’ 콘셉트로 ‘터치포굿’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사진=이정원


◇ 에코백에서 시작해 에코 솔루션 기업으로 확장해 나가는 중

처음에는 6개월의 기간을 정해두고 버려진 현수막으로 에코백 등 패션잡화를 만들어 판매하고 수익금을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라 이 경험이 아주 중요했다. 6개월 동안 쉬는 날 없이 시제품을 구상하고 만들고 판매 방법을 고심했다. 막연히 제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홍보하다 쫓겨나기도 했다.

청년 기업의 열정과 패기를 인정받기도 했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게 문제였다. 한번은 “금방 사라질 회사의 제품을 사는 사람은 없다”는 조언을 듣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이지만, 제품에도 책임을 지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무게감을 느꼈다. 이후 디자이너를 영입해 분야를 나눠 창업, 회계, 폐기물 관련 교육을 찾아다녔다.



기존의 재활용 사업이 소재 중심이었다면, 박 씨는 보다 지속 가능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제품 생산을 위해 품질과 디자인에 중점을 뒀다. 또한, 버려지는 자원들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와 강점에 주목해 낙하산으로 만든 가벼운 패션 가방, 선거 현수막으로 만든 리미티드에디션,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 목재로 만든 램프 등을 기획했다. 결과는 매우 좋았다. 처음 목표했던 대로 자연스럽게 일상과 맞닿아 있고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하면서 누구나 사고 싶은 제품들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됐다. 덕분에 에코백 사업에서 이제는 에코 솔루션 회사로 확장시켜가고 있는 중이다.

박 씨는 창직 이후 기업이 버리고 있는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리싱크(recycle+syncronization)솔루션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업사이클 산업을 키우기 위해 이 분야를 대표하는 업사이클 지원재단 설립도 준비 중이다. 새로운 소재와 기술개발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국산 페트병으로 제작한 원단으로 펠트를 개발하고 이면지로 점착 메모지를 만드는 기술, 버려지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봉사활동 키트 등 기술개발로 업사이클 산업이 경쟁력을 갖도록 노력한다. 지난 2021년부터는 업사이클을 비롯 환경분야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 예비창업자들을 돕는 사회적기업육성사업 운영자로도 선정돼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역할도 하고 있다.

버려지는 자원으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버려지는 자원들 자체가 깔끔한 형태로 있지 않아 이리저리 움직이고 다듬고 세척하는 일이 많이 필요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그렇게 힘들게 만든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당시 업사이클에 대한 개념이 알려지지 않았던 터라 “예쁘다”고 다가온 손님에게 버려진 자원으로 만든 제품이라고 했더니 “더럽다”며 제품을 던지고 가버린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까지 오래 걸릴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닥쳐보니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박 씨는 이 사건 이후 업사이클링 사업을 긴 호흡으로 가지고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진=이정원


최근 미세플라스틱과 바다생물들의 뱃속에서 연달아 발견되는 플라스틱들로 여느 때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이 환경과 공존하려는 경향이 커지면서 업사이클은 더 많이 사랑받는 산업으로 떠오르게 됐다. 물건의 생산과정에서 버려지는 자원을 최소화하고 이미 버려지는 자원들에서 가능성을 찾아내는 업사이클 기업은 450여 개로 늘어났다. 점차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버려지는 자원을 줄여나가고 있는데, 국제적으로도 업사이클은 성장하는 산업으로 분류되는 중이다.

업사이클 전문가는 창의적이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곳에 관심을 갖고 여전히 쓰레기라고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끝까지 끈기를 가지고 업사이클의 매력을 어필할 용기가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직업이다. 최근에는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기업이나 기관들과 협력해서 폐기물의 발생 자체를 줄이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업사이클에 도전해보고 싶어 하는 시민과 교사들에게 버려지는 자원을 세척해 공급하는 소재중개소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한해 버려지는 현수막 500만 장, 서울에서만 50톤, 상대적으로 면적이 넓은 경기도에서는 3,000톤이 넘는 현수막이 버려지고 있다. 이밖에도 한해 일상에서 버려지는 폐자원은 실로 엄청난 양이다. 그중 쓸모없다고 버려졌지만, 가치는 그대로 남아 있는 자원이 매우 많다.

하지만 버려진 폐자원이나 이를 재활용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박미현 대표의 창직 모델은 인식을 변화시키는 점에 있었다. 재활용이나 폐자원이라는 부정적인 용어대신 ‘업사이클’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면서 버려지는 자원에 긍정적인 새로운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버려진 자원을 ‘다시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처럼 고착화된 인식의 틀을 깨뜨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방법도 창직의 좋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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