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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한 달 사이 탄도미사일을 수차례 발사하고도 대내외에 공식 발표하지 않아 궁금증을 낳는다. 북한은 그간 미사일을 발사하면 하루 뒤 관영언론을 통해 발사 성격과 미사일 제원 등을 밝혀왔다. 정부는 북한이 침묵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여러 정치적인 평가에서 기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전일 이뤄진 미사일 3발 발사에 대해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던 때에 맞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과 KN23(이스칸데르)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세 발을 섞어 쐈다.
북한은 이달 4일과 7일, 12일에도 각각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발사했지만 이튿날 관련 보도를 이어가지 않았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북한은 대다수 미사일 발사 소식을 하루 뒤 관영매체 보도를 통해 알려왔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전략무기로 여겨지는 ICBM과 SLBM 등의 전략적 모호성을 강화하기 위해 발사 소식을 알리지 않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무기의 제원과 성능을 대외에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아야 위협 효과가 더 커진다는 점에서다. 이 밖에도 북한이 국제사회의 추가 대북제재를 피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과 7차 핵실험 선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사일) 발사 보도는 군사기술적 수요보다는 정치적 셈법이 좀 더 크게 고려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남북관계와 한반도 상황, 대내적 상황에 대한 (북한의) 평가에 기인한다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그 평가 내용이 무엇인지는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을 맡고 있는 미국 정부는 대북 석유 수출을 줄이고, 블랙리스트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북 추가 제재안을 26일 오후(현지시간) 표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북 원유 수출량을 연간 400만 배럴에서 300만 배럴로 줄이고 정제 석유 제품의 수출량도 연간 50만 배럴에서 37만5000배럴로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유엔 외교관들은 이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의 거듭한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응하고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안보리의 단합되고 단호한 대응을 기대한다"며 "중국과 러시아 역시도 책임 있는 약속을 계속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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