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우주 모빌리티 스타트업 루나아웃포스트(Lunar Outpost)는 올해 말 자체 달 탐사 차량 ‘MAPP(Mobile Autonomous Prospecting Platform) 로버’를 앞세워 달 남극 탐사에 나선다. 로버는 노키아의 4세대 이동통신(4G) 기술을 시험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싣고 달의 거친 표면을 달리며 통신 상태를 시험하는 임무를 맡았다.
로버와 같은 달 탐사 차량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부품을 조립하고 해체 후 재조립하는 과정을 만 번 이상 반복해야 한다. 2년은 족히 걸리는 과정이다. 하지만 루나아웃포스트의 경우는 달랐다. 지난해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우주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스페이스 액셀러레이터 지원 기업에 선정되면서 클라우드 상에서 모든 작업을 진행했다. 디지털 모델링, 시뮬레이션을 통해 끝없는 설계·재설계 반복을 마무리해 차량 실물은 단 한 번 만에 제작할 수 있었다.
클린트 크로저 AWS 항공우주 및 위성 솔루션 총괄은 25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D.C. 월터 E.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AWS 공공 서밋 2022’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직접 부품을 교체, 해체할 필요 없이 버튼만 누르면 하루에 최대 만 건의 설계 과정을 반복(Iteration)할 수 있다”며 “제작에서 2년의 시간을 단축하게 된 것은 커다란 성과"라고 강조했다.
크로저 총괄은 2020년 6월 AWS에 합류하기 전 미 공군 소장으로 복무하며 미국 우주군 설립과 우주 전략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30년 간 공군에서 우주 기술 개발을 지켜본 그는 “군에 복무할 때는 데이터 하나 돌리는 데 며칠이 걸렸지만 지금은 몇 분 만에 작업이 끝난다"며 ‘대단한 일(amazing)'이라고 연신 말했다. 클라우드 활용으로 개발 시간이 단축되면서 스타트업들이 보유한 우주 기술의 상용화도 빨라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AWS 스페이스 액셀러레이터에 선정된 기업들의 상당수는 이미 제품을 상용화나 제작을 완료한 상태라고 그는 전했다.
그는 “AWS의 클라우드 환경은 웬만한 슈퍼컴퓨터에도 뒤지지 않는 성능을 보인다”며 우주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인 ‘데카르트 랩스’가 ‘글로벌 톱 500 슈퍼 컴퓨팅 챌린지’에서 슈퍼 컴퓨터 없이 AWS 클라우드 만으로 참여해 수학 연산에서 전세계 40위의 성적을 거뒀다고 언급했다. 그는 “데카르트 랩스에 따르면 위성으로부터 받는 이미지 데이터를 합친 면적이 현재 하루에 300만㎡ 수준에서 5년 안에 30억㎢로 늘어날 것”이라며 “인간이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인공지능(AI), 머신러닝, 클라우드 역량만이 이를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로저 총괄이 꼽는 AWS 클라우드의 성과는 기술 혁신 뿐만 아니라 소수의 강대국만 갖고 있던 우주 역량을 후발 국가는 물론 스타트업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데 있다. 지난해 AWS와 협력한 아랍에미리트(UAE)의 화성 탐사선 아말이 비교적 후발주자임에도 화성 궤도에 진입 성공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한국판 NASA’인 항공우주청 설립을 추진 중인 우리 정부에 대한 조언도 내놓았다. 크로저 총괄은 “우주 임무의 성패는 클라우드 역량에 달렸다”며 클라우드와 우주 전문가를 함께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미 우주군이 위성 데이터를 AWS 데이터 레이크에 공유하고 있는 만큼 한국과 미국의 우주탐사 협력 합의도 우주 데이터의 공동 구축, 공유 협력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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