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공개 발언한 이후 즉각 행동으로 옮겼다.
윤 대통령은 26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박순애 서울대 교수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김승희 전 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차관급인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 오유경 서울대 교수를 낙점했다.
이날 인선이 발표된 세 사람 모두 '여성 전문가'다. 앞서 윤 대통령은 "남은 부처 장·차관을 임명할 때 여성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정 없으면 그때 남성으로 하라"고 인사라인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다소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일부 있더라도 과감히 여성을 발탁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그동안 고수해온 ‘능력주의’ 인사 원칙과 배치된다. 인수위 단계부터 능력 본위의 인사를 강조하며, 인위적으로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채우려 했던 문재인 정부와의 단절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이날까지 임명된 16개 부처 장관 가운데 여성은 김현숙 여성가족부·이영 중소벤처기업부·한화진 환경부 장관 등 3명(19%)에 그쳤다. 하지만 박순애·김승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무사히 통과해 임명되면 18개 부처 중 5개 부처(28%) 장관이 여성으로 채워지게 된다.
이는 '여성장관 30%'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 수준에 육박하는 셈이다. 또 문재인 정부 마지막 개각 때 여성 장관이 18개 부처 중 4곳(22%)이었던 것 보다 높은 비율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사 원칙의 방향 전환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 후 회견에서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지금 (한국의) 내각에는 여자보다는 남자만 있다"고 지적한 것을 뼈아프게 받아들였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첫 외교 무대 데뷔전에서 새 정부의 양성평등 노력이 부족하다는 '쓴소리'를 듣고, 생각을 달리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지난 24일 윤 대통령 초청 만찬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젠더 갈등"이라며 "선거 때와 대선 이후는 다르다"고 꼬집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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