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후보자 사퇴로 공석이 된 보건복지부 장관에 김승희(69) 전 국회의원이 26일 지명되자 의약단체의 반응은 엇갈렸다.
김 내정자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약학(약리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노트르담대학에서 화학(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차례로 역임하고 20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며 코로나19 특별위원회 간사 등을 역임한 이력도 갖췄다.
이날 발표에 의약계 모두 '의외의 인사'라는 공통된 반응을 나타냈다. 약사 또는 약학 연구자 출신들은 복지부 장관보다는 식약처장 쪽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조제약 배송 입법화에 결사 반대하고 있는 약사단체에서는 '약사' 출신 후보자 내정을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대약대 출신인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함께 약업계에 유리한 정책을 펼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란 기대감도 묻어난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인준 전이라 공식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약사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가 복지부와 식약처 수장으로 임명되는 데 대해서는 환영할 만 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약사회 관계자는 "조제약 배송 입법화와 더불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화상투약기를 도입하려는 논의가 이뤄지는 민감한 시기인 만큼 주무부처인 복지부 인사에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며 "의약품 안전성 측면에 관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의료계 내부에서는 표정이 썩 밝지 않다. 정호영 전 후보자 지명 이후 '아빠 찬스' 등 논란이 컸기에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에 무난한 인사를 골랐다는 중론이지만 드물게 약사 출신 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내정한 점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대구·경북의사회를 필두로 서울, 대전, 충북, 충남, 제주 등 지역 의사회들이 대거 정호영 전 후보자 지지 성명서를 냈던 터라 쓸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오랜 공직생활을 거쳤다고는 하나 (식약처장 재직 당시) 일을 잘 했던 기억은 없다"며 "코로나19 사태 직후 책임이 막중한 시기에 식약처장으로서 무능하고 무책임하다고 평가받았던 약사 출신 인사를 구태여 복지부 장관 내정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의료인 출신으로 복지부 장관에 임명되는 경우는 대부분 의사 또는 간호사 출신이었다. 약사 출신 복지부 장관을 지낸 인사로는 노태우 정부 시절 김정수(83) 25대 보건사회부 장관이 유일하다. 부산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부산에서 개국약사로 근무하던 김 전 장관은 1981년 제 11대 국회의원(부산 3선거구·민권당)으로 정계에 발을 들인 뒤 장관직에 올랐다. 김 후보자가 임명되면 식약처장 출신 첫 복지부 장관인 동시에 약사 출신 두 번째 복지부 장관이 된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복지부 장관은 특정 직역을 대변하기 보단 정부의 방향성에 따라 정책을 펴는 자리이기 때문에 공식 입장을 밝히질 않을 생각"이라며 "의료 대응 역량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현장전문가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는 정책이 펼쳐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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