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0년 만의 엔저 현상으로 수출 기대감을 높이는 가운데 지난 20년 사이 수출 시장에서 ‘메이드 인 재팬’의 대표 상품이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 엔화 환율이 지금과 같은 수준인 달러당 130엔으로 치솟았던(엔화 약세) 2002년과 2021년의 품목별 수출액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년 사이 화장품·식품 등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 TV·음향기기 등 한때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제품은 급감했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수출이 늘어난 품목은 식품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며 ‘일본 음식 붐’이 세계적으로 일어 차·과일·쌀 등 일본산 식품의 부가가치가 높아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산 쌀은 중국 부유층 사이에서 ‘선물’로 인식되며 2021년 처음으로 수출액이 1조 엔을 돌파했다. 차는 수출액이 20년 전 대비 14배 이상 급증했다.
화장품 수출도 11.7배가량 늘었다. 신문은 품질 보증이 중요한 상품 분야가 해외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면서 우오타니 마사히코 시세이도 최고경영자(CEO)를 인용해 “브랜드 가치를 결정하는 것 중 하나는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드느냐”라고 국내 생산 시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트리밍 산업이 성장하며 해외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높아지자 관련 완구류 수출도 늘었다. 신문은 “저임금 아시아 국가가 완구 생산을 전반적으로 주도하지만 캐릭터 구현에서 디테일을 충실히 재현해야 하는 제품의 경우 일본산이 경쟁력을 갖는다”고 평했다. 1990년대 들어 감소하던 완구 수출액은 2010년대 중반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현재 2002년 대비 2.6배 가까이 늘어난 상태다.
이외에 전기자동차 및 스마트폰 관련 부품, 구리 등의 수출액도 변화한 시장 수요에 따라 증가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반면 20년 사이 일본 수출시장에서 모습을 감춘 품목들도 있다. TV 등 영상기기와 음향기기 수출액이 각각 76%와 83% 감소한 것을 비롯해 사무용 기기(54% 감소), 이륜차(43% 감소) 등도 2002년 당시 ‘간판 상품’이었지만 지금은 설 자리를 잃었다. 한국과 중국 기업에 밀리거나 디지털화가 진행되며 수요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경우 2002년에 이어 2021년에도 부동의 수출 1위를 차지했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대다수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 거점을 옮겨 수출량은 줄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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