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 ‘지방방송 꺼라’는 말 좀 들은 편입니다.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었단 뜻이겠죠. 그때 다 하지 못한 지방방송을 다시 켜려고 합니다. 우리 지역의 살림꾼을 뽑는 6·1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얘기를 얇고 넓게 훑어보겠습니다. 지방방송의 볼륨을 조금만 키워보겠다는 생각입니다.
울산의 정치지형을 두고는 해석이 복잡합니다. ‘노동자의 도시’라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실제로 진보정당이 강세를 보인 적도 있습니다. 진보정당이 시의회 원내2당을 차지한 적도 있었고, 지난 제20대 총선에선 진보정당 출신 무소속 후보가 두 명이나 당선됐습니다. 그런가하면 현대가(家) 정치인의 영향력이 셌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울산도 영남이라는 점입니다. 크고 작은 이변이 속출했음에도 대세는 현재 국민의힘인 보수정당이었습니다. 국회의원도 울산시장도 보수정당에서 가장 많이 배출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은 8전9기 끝에 이룬 성과였습니다. 즉 지난 지선에서 울산시장에 당선되기 전까지 울산에서만 8번 낙선했다는 뜻입니다.
송 후보가 울산에서 8번이나 낙선한 배경에는 노무현과 문재인, 이 두 사람이 있습니다. 노무현·문재인·송철호는 한때 부울경 지역을 대표하는 인권변호사 3인으로 유명했습니다. 나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많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가장 어리지만 이들 셋은 친구, 혹은 동지로써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문재인보다 먼저 정치권에 뛰어든 노무현·송철호 두 사람은 지역주의 타파라는 기치를 내걸고 노무현은 부산, 송철호는 울산에서 도전을 계속했습니다. 송 후보의 8번 낙선 역사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송 후보는 2009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정치를 그만두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손을 붙잡은 사람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운명’이라는 말로 송 후보를 설득했습니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은 탄핵 정국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이듬해 송 후보도 한반도 평화기류를 타고 민주당 계열 후보 최초로 울산시장에 당선됐습니다.
송 후보는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재선 도전을 선언했지만 상황은 매우 안 좋습니다. 대통령의 최측근답게 임기 동안 울산의 숙원사업인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과 부유식 해상풍력단지 추진에 성공했지만,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에 내내 시달려야 했습니다. 시도지사 평가에서도 꾸준히 하위권에 머물며 민심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보수 분열 이슈도 사라졌습니다. 3선 시장에 재선 국회의원까지 지냈던 박맹우 무소속 후보가 사퇴하면서 남구청장 출신인 김두겸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가 됐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판세가 한쪽으로 기운 상황에서 울산시장 선거는 네거티브 공방전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송 후보 측은 김 후보가 과거 경영했던 용역경비회사가 노동탄압을 자행했다며 노동계 표심 자극에 나섰습니다. 이에 김 후보 측은 이 같은 의혹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하며 송 후보의 고래고기 불법유통 사건 변호 이력을 다시 끄집어냈습니다.
1949년생인 송 후보는 우리나이로 올해 74세입니다. 사실상 그의 마지막 정치 여정인 이번 선거에서 어떤 성적으로 유종의 미를 장식할 수 있을까요.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26일 발표한 여론조사(23~25일 진행,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3.5%p)에서 송 후보의 지지율은 27.1%로 김 후보(43.4%)와의 차이는 16.3%p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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