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재 북한의 코로나19 확산에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이는 지난 4월 열병식의 리허설을 직접 진두지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민심이 어수선한 시점에도 이를 공개한 것은 김정은의 노고를 부각하고 군사적 업적으로 포장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28일 북한 매체에 따르면 조선중앙TV는 편성표에는 없던 '조선의 존엄과 위용을 과시한 주체의 열병식'이라는 제목의 새로운 기록영화를 전격 공개했다. 해당 영화는 전날 저녁 5시 25분부터 약 2시간 40분 분량으로 방송됐다.
이번 영화는 지난달 25일 개최된 '항일빨치산'(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기념 열병식의 의미를 되짚는 기록영화로 열병식 준비과정을 소상하게 담았다. 특히 김정은이 직접 열병식을 일일이 지시하며 리허설을 이끈 점이 눈길을 끌었다.
영화는 김정은이 "뜻깊은 4월의 열병식을 구성과 형식, 내용과 양상에 있어 지금까지 있어 본 적이 없는 사상 초유의 열병식으로 되게 하시려 열병식 준비의 전 과정을 정력적으로 이끌어주셨다"고 소개했다.
또한 김정은은 열병식 개최 준비 태스크포스(TF) 격인 '열병식 지휘부'를 조직하고 "피복과 무기, 장구류를 비롯한 세부적 요소들까지 모두 완전무결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영화에서 김정은은 텅 빈 광장을 향한 채로 주석단 의자에 앉아 옆에 서 있는 간부에게 열병식 구상을 설명하듯 손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설명했다. 훈련이 펼쳐지는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열병식 종대 배치도로 보이는 대형 서류를 책상에 펴놓고 훈련 모습을 망원경으로 살피는 모습도 보였다. 또 할아버지 김일성의 모습을 떠올리는 볏짚 모자에 통 넓은 바지 차림으로 광장에 나타나 발맞춰 행진하는 종대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손에 들린 서류와 현장을 번갈아보며 훈련을 체크하기도 포착했다.
영화 중간중간에는 김정은에게 보고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십 건의 보고서와 열병식 중계에 동원된 대규모 카메라가 '열병식 촬영기 배치안'에 따라 건물 옥상 등에 설치되는 장면 등도 담겼다.
김정은이 리허설을 직접 진두지휘한 이유에 대해 영화는 "자신께서는 열병식 훈련을 가까이에서 보아주면서 열병대원들과 더 친숙해지고 담도 키워주려고 한다(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이 이처럼 열병식 훈련 때부터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은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열병식의 의미를 강조하고 장병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려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4월 열병식은 현재 북한의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되는 행사 중 하나다. 이 행사는 무려 2만여 명이 동원된 역대급 규모로 진행됐고 본행사 이후에도 지방으로 내려간 청년들까지 버스를 대절해 평양으로 재차 불러와 기념촬영까지 강행했다. 더욱이 이번 영화를 통해 훈련 과정이 대부분 마스크 착용 없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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