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약 993원)숍을 운영해 오던 일본 다이소가 300엔(약 2981원)숍 가게를 새롭게 선보였다. 버블 경제 붕괴 직후인 지난 1991년부터 균일가 정책을 펼치며 일본 서민들의 가게 부담을 줄여준 다이소마저 엔저와 공급망 붕괴 여파로 인한 물가 상승에 백기를 든 셈이다. 일본 기업들의 가격 인상은 이제 당연한 수순이 됐다. 문제는 물가 상승폭 만큼 임금이 오르고 않으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다이소는 지난달 도쿄에서 ‘슬리피'라는 300엔숍을 열었다. 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 80%가 300엔이다.
일본 다이소는 올해 일본 내 매장의 40%를 슬리피로 전화할 계획이다. 일회성이 아닌 그간의 저가 정책 자체를 바꾸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물가상승에 수익성이 악화하자 이 같은 카드를 꺼낸 든 것이다.
다이소의 정책 변화는 일본 기업들이 가격 인상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나섰다.
일본 국민 초밥집으로 유명한 글로벌 회전초밥 체인 ‘스시로’는 초밥 최저 가격을 100엔에서 오는 10월까지 120엔~150엔으로 최대 50% 인상하기로 했다.
엔화 가치 하락이 결정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물류난으로 운송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0년 만에 엔화 가치가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원자재 가격 급등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스시로의 모회사 ‘Food & Life Companies(F&LC)’ 의 미즈토메 코이치 사장은 “원재료의 약 70%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엔화 약세로 인한 경영 환경이 열악하다"며 가격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미즈토메 사장은 엔화 약세 외에도 수산 자원의 부족과 공급망 붕괴로 인한 운송 비용도 가격 인상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대표 맥주 회사인 아사히맥주와 기린맥주도 오는 10월부터 가격을 올린다고 발표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물류 비용 인상에 14년 만에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다.
아사히맥주는 소매점 기준으로 약 6~10%, 기린맥주는 6~17% 올릴 계획이다.
문제는 전방위적 물가 인상이 소비 심리를 더 얼릴 수 있다는 데 있다.
일본의 지난 달 물가상승률은 2.1%로 2015년 3월(2.2%) 이후 7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3월 임금상승률은 1.2%에 그쳤다.
일본의 임금 상승률은 30년 가까이 제자리인 만큼, 물가 오름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경기 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기준 일본 임금 상승률은 지난 1990년과 비교해 18만 엔(4.4%)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과 영국의 실질임금은 각각 47.7%, 44.2% 올랐다.
노무라 종합연구소의 키우치 다카히데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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