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남권 교통 소외지역을 관통하는 경전철 신림선이 지난 28일 첫 운행을 시작하며 일대 아파트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지하철역과 멀어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가격 상승 폭이 제한적이었던 단지들에서 신고가 경신 사례가 나오는 가운데 지어진 지 20년을 넘긴 노후 단지들에서는 정비사업 논의를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29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신림선 개통의 대표 수혜 단지인 관악구 신림동 ‘신림현대’에서 최근 재건축 혹은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추진 논의가 시작됐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리모델링 및 재건축 관련 검토를 위한 주민 추진위원들을 모집하고 있는 것이다. 한 입주민은 “최근 단지 내에 정비사업 추진위를 모집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며 “신림선이 뚫려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갈 수 있게 됐고 곧 준공 30년을 채우기 때문에 리모델링이든 재건축이든 무언가는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1993년 5월 준공된 신림현대는 1634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다. 지하철역(2호선 신림역) 거리가 꽤 되는 만큼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는데, 신림선이 개통되면서 단지 도보권에 ‘서원역’이 신설됐다. 신림선은 관악산(서울대)역부터 여의도 샛강역까지 11개 정거장을 연결하는 7.8km 길이의 노선이다. 출발역에서 종점까지 16분이 소요된다. 보통 버스로 35분 정도 걸리던 여의도 출퇴근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셈이다.
신림선 종점역인 관악산(서울대)역 인근에 위치한 신림동 ‘건영3차’에서도 리모델링 사업 추진 논의가 오고가는 중이다. 1996년 지어져 올해로 27년차를 맞은 이 단지는 783가구 규모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인근에 신림선 경전철역도 생기고 서부선 연장 호재까지 있는 단지”라며 “리모델링 추진 카톡방도 생기는 등 주민들 사이에서 관련 논의가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비단 관악구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신림선이 지나가는 동작구의 단지에서도 정비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새어나온다. 신림선 ‘서울지방병무청역’이 단지 바로 앞에 생긴 동작구 대방동의 ‘대방대림’에서도 재건축과 리모델링 등 논의를 시작하는 임시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있다. 1993년 11월 준공돼 올해로 30년차를 맞은 이 단지는 가구 수만 1628가구인 대단지다. 기존에도 지하철1호선 대방역을 도보 10분대에 이용할 수 있었는데, 여기에 더해 서울지방병무청역까지 신설되면서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하철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역들이 서울에 적지 않은 만큼 경전철 등 지선 개념의 도시철도가 지역 생활여건을 향상시킨다”며 “신림선 역세권의 경우 여의도와 거리가 멀고 정비사업 이야기가 있는 지역일수록 수혜를 받을 것”이라 말했다.
한편 리모델링 불씨가 지펴진 신림현대는 지난해 7월 전용 85㎡가 8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 3월에는 10억3000만원에 실거래 되며 눈에 띄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현재 호가는 12억원대다. 신림 푸르지오 1차 전용 59㎡은 지난해 7월 8억9600만원에 거래되었지만, 최근 9억3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되며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는 9억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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