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와 같은 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내세운 가운데 국민의힘이 “제주도 관광말살 정책”이라며 맹비난 했다. 이에 민주당 측은 오히려 제주 관광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여권이 정치적 이유로 반대를 한다고 응수했다. 다만 민주당 제주지역 후보들 사이에서는 이 지사가 이 문제를 쟁점화한 것이 불쾌하다는 듯한 반응이 나오는 등 민주당 내 잡음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준석 “무성의한 두서없는 공약…완전한 망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에서 "제주도 관광을 말살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에 더해 다음날 인천시 계양구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무성의한 두서없는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김포공항을 이전하면 강남지역 주민은 청주, 워커힐 동쪽 주민은 원주공항으로 가면 된다고 한 것은 완전한 망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양을에서 선거운동을 이어가던 이 대표는 28일 오후 직접 제주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관광을 말살하는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재명 “국내 단거리 항공편 폐지가 세계적 추세”
앞서 이재명 후보와 송영길 후보는 정책협약을 맺고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발표했다. 김포공항을 인천 국제공항으로 통합하고 인천 계양과 경기 김포, 서울 강서 일대 수도권 서부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울 강남권은 청주국제공항을, 동부권은 원주공항을 이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지난 26일 방송토론회에서 “환경 문제 때문에 국내 단거리 항공편은 폐지하는 게 세계적 추세”라며 “앞으로 비행기는 수직이착륙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고 김포공항 이전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국힘 “표 얻자고 내놓은 공약 맞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 후보의 출마가 계양을 호구로 보는 것이라면, 공약은 제주를 호구로 보는 것”이라며 “김포공항 이전하면 제주도의 관광산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방탄 당선’을 위해 제주도민의 생계를 타격하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메시지본부장은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공항 없애고 청주 원주 가서 항공기 타라고 한다”며 “그러면 서울시민이 제주도 가려면, 인천 찍고 제주, 청주 찍고 제주, 원주 찍고 제주 중에서 알아서 가라는 건가? 표 얻자고 내놓은 공약 맞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인천시 계양구에 출마한 분이 김포공항을 없앤다는 것은 언뜻 듣기에도 황당한데, 게다가 김포공항은 경기도 김포도 아니고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다. 경기도지사까지 했다는 분이 관할구역도 제대로 모르시나”라며 “말 한마디로 서울, 인천, 김포, 제주 유권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드린 이재명 후보, 다른 의미로 ‘전국구 정치인’은 맞는가보다”라고 꼬집었다.
이준석 대표는 “진짜 제정신이 아닌 보궐후보 하나 때문에 전국 항공 정책이 다 무너지게 되었다”며 “이재명 후보는 기축통화국 발언에 이어 몇 달 만에 수직이착륙 여객기로 무지함을 드러내고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도 엄두를 못내는 프로젝트, 본인이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토니 스타크라고 착각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이재명 측 “이준석, 거짓 선동”
반면 이재명 후보 측은 이준석 대표의 발언에 대해 '거짓 선동'으로 규정하며 반박에 나섰다. 이 후보 캠프의 김남준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선무당이 사람 잡고, 빈 수레가 요란하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한다"며 "이 대표가 주장하는 것은 교통정책의 ABC도 모르는 낯 뜨거운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김포공항 이전으로 인한 수도권 서부대개발은 SOC투자로 교통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면 이뤄낼 수 있다"며 "인천공항으로 연결되는 GTX-D Y노선을 추진해 서울에서 인천공항까지 빠르게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책임한 여당대표의 언행 앞에 국민 여러분의 실망과 한숨만 늘어간다. '아니면 말고' 식의 이준석식 비방이 구역질이 난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서울시장 후보들도 공방
여야 서울시장 후보들도 격돌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서울 성동구 유세현장에서 이번 공약을 겨냥해 "표를 의식해 약삭빠른 공약을 내놓는 경향이 있다"며 "지도자감이 맞나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송영길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근처 KTX로 제주도를 이용한다면 더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흑색선전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제주지역 민주 후보들은 불편한 기색도
여야간 치열한 공방과 별도로 제주지역 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 사이에서는 이 문제가 부상하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의 공세에 반박하는 듯한 형식을 취했지만 이면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이 이슈를 꺼내든 것 자체가 부적절한 것 아니었느냐는 불만도 감지됐다.
민주당 제주도당과 오영훈 제주지사 후보 선대위는 "국민의힘의 갈등 조장 프레임이 도를 넘었다"며 "제주의 미래와 제주도민의 자주권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이준석 대표가 SNS에 짧게 올리는 갈라치기 조장 글에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물론 민주당 송영길 후보와 이재명 후보에게 (제주의 미래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는 이 후보와 송 후보의 의제 설정이 달갑지 않다는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제주 지역에서 우세한 판세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다시 쟁점화하는 것이 선거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는 "이번 공약은 대선 과정에서 송영길 후보가 주장하던 내용으로, 당시에도 이미 논의 과정에서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당 공약에 넣지 않기로 한 사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민주당 내부 혼선에 이준석 대표는 "민주당은 아무리 봐도 제정신이 아니다"며 "서울시장 후보와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콜라보'로 뜬금포 공약을 내고 제주도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집단 멘붕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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