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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지역균형발전 자화상

이지성 사회부 차장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향 친구가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친구는 이번에 출마한 현직 군수의 선거 캠프에 몸담고 있다며 고향에 있는 가족과 친척의 지지를 부탁했다. 일찌감치 부농으로 꽤 성공한 친구가 지역 정치판에 뛰어든 까닭이 궁금했지만 고향의 목민관이 되겠다는 후보들의 선거 공약을 들여다봤다.

선거는 현직 군수와 전직 군수의 2파전이었다. 전 군수는 여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현 군수의 실정을 조목조목 비난했다. 그런데 두 후보 모두 공약이 4년 전과 판박이였다. 애초에 실현 가능성이 낮은 광역철도망 구축과 국립대·대기업 유치 역시 그대로였다.

인물과 공약은 재탕이었지만 솔깃한 내용도 있었다. 집권 여당의 강점을 살려 지역 변화와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모두 강조했다. 새 정부가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달성하지 못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이번에 제대로 시행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헌법 제122조에 명시된 국가균형발전을 국정과제에 반영해 본격적으로 시행한 것은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다. 세종시에 행정수도를 설치했고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했고 교통 접근성이 좋은 지방에 혁신도시를 건설했다. 그런데도 수도권 집중 현상이 해소되고 지역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15년 동안 405조 원이 투입된 저출산 예산과 비교할 바는 아니나 역대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명목으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지원하는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예산은 올해 9조 649억 원이다. 2008년 8조 8352억 원 대비 지속적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수도권은 85.3% 증가했고 비수도권은 5.9% 감소했다. 지역으로 가야 할 예산이 수도권에 몰렸다는 얘기다.

경제와 안보도 중요하고 복지 역시 양보할 수 없는 국정과제다. 하지만 국가균형발전은 저출산·지방소멸 못지않게 우리의 국가 경쟁력을 담보하는 핵심 요소다. 한국의 제2 도시는 누구나 인구 335만 명의 부산이라고 생각하지만 인구 295만 명의 인천이 대부분의 경제지표에서 부산을 앞지른 지 오래다.

윤석열 대통령은 엊그제 세종시에서 첫 정식 국무회의를 열고 어느 지역에 살든 공정한 기회를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정부가 피상적으로 추진했던 포퓰리즘 정책을 답습해서는 결과가 자명하다. 과감하게 대학을 이전하고 대기업을 옮기는 방식으로 정책 기조의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 지역균형발전이 실패했다면 이제는 지역차별발전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차별의 의미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그 자체가 차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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