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의 다양한 공약들이 나오는 가운데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공약도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투자 유치와 관련해 구글, 애플 등 최근 각광받는 정보기술(IT) 기업들까지 공약에 등장했지만 정작 해당 기업들은 이러한 계획이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 후보들은 공약은 당선 후 추진 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인데 선거 전부터 실현 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29일 서울경제가 각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강맹훈 성동구청장 후보는 5대 공약 중 첫 번째로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에 구글 아시아본부 등을 유치해 성동구를 글로벌화 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성동구청장 임기가 끝나는 2026년 내 공약을 이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지역구에서는 애플도 등장한다. 무소속 강용석 경기도지사 후보는 수원 군공항을 옮겨 그 자리에 애플 아시아를 끌어 오겠다고 내세우고 있다. 그는 “실리콘밸리가 별 게 아니다. 대기업 몇 개 들어오고 협력회사 따라오면 세계적인 IT 도시가 되는 것”이라며 “경기도에 세계 유수 기업들이 몰려오면 수원 집값은 3~4배 뛸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경선에서 떨어진 국민의힘 문충훈 포항시장 후보도 “포항과 애플의 100년 경제 동반 성장 프로세스를 즉시 추진하겠다”며 애플 자동차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경제 취재 결과 각 후보들이 말하는 빅테크 투자 유치는 모두 해당 기업들과 논의조차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런 협상도, 검토도 진행한 바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무엇을 근거로 유치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관심 끌기용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해외 빅테크들의 아시아 본부는 싱가포르, 홍콩 등에 주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는 지리적 효용이나 세금 등 각 국가의 특수성을 감안해 결정한다. 지자체만의 역량으로 유치를 좌우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다만 강맹훈 후보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구청장이 된 다음에야 협상 주체로서 서로 조건을 논의할 수 있는 것인데 시작부터 가능성을 일축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당 차원에서도 적극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강용석 후보에게도 입장을 묻는 연락을 수 차례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처럼 선거에서 ‘IT’가 핵심 키워드가 되다 보니 이슈가 되는 사안을 끌고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는 최근 논란이 되는 ‘택시 배차’ 문제와 관련해 “카카오 택시가 잘 되는 건 카카오톡을 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회사를 분리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를 분할하면 제대로 된 경쟁 체제가 마련돼 택시 이용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카카오톡과 카카오택시(카카오T)는 별개 앱으로 운영되고 있고 연동되지도 않는다. 또 각 앱을 운영하는 업체는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라는 각각의 별도 법인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기업 투자는 각 지역 인프라나, 인재, 국가 도시 계획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라며 “지난 총선 때 양향자 의원이 광주에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하겠다 했지만 여태껏 아무런 논의도 없다. 결국 유권자들에게 상처만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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