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특별 국방자금 1000억 유로를 마련하기 위해 현지 주요 정당들이 헌법 개정에 합의했다고 30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표했던 군비 증강 방침에 대한 후속조치다.
독일 재무부는 29일(현지 시간) 독일 집권당인 사회민주당(SPD)과 중도우파 야당은 물론 녹색당, 친기업성향의 자유민주당이 이번 특별 국방비 마련을 위한 헌법 개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초당적 합의를 통해 독일은 헌법 개정을 위한 요건인 의회 3분의 2의 동의를 확보하게 됐다. 독일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이번 특별국방자금을 헌법상 채무 제약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을 단행할 방침이다. 헌법이 개정되면 독일은 신용기반으로 1000억 유로 규모의 국방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이번 헌법 개정은 앞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밝힌 군비 증강 방침의 후속 조치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지 사흘 뒤인 2월 27일 100억 유로의 특별 군사자금을 마련해 군 장비를 현대화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1.5% 가량 투입하던 군사비를 2%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는 그동안 회원국들에게 군사 관련 예산을 GDP 대비 2% 규모로 유지할 것은 요청했으나 독일은 냉전 종식 이후 군비 삭감 기조를 이어오면서 한 때 4%대이던 GDP대비 국방 예산 비율이 현재 1%대로 줄었다. 1991년 50만명 수준이던 독일 육군 수도 현재 18만명 수준으로 줄었으며 헬기와 장갑차 등 군내 주요 장비도 가동이 어려운 수준이다. 2014년 나토훈련 당시 총기가 부족해 검은색 페인트를 칠한 빗자루를 장갑차에 꽂고 훈련에 참가하기도 했다.
숄츠 총리는 지난주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러시아로 인해 촉발된 새로운 안보 환경에서 독일과 우방국들을 지킬 수 있도록 군사장비를 갖추기로 했다”며 “내년에 우리 군을 현대화하기 위해 1000억 유로의 자금을 갖출 수 있도록 헌법을 수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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