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의 나투나 제도 해역에 ‘경제 특구’를 조성할 계획이다. 중국이 이곳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인도네시아의 이번 결정이 남중국해를 둘러 싼 긴장의 새 불씨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현지 정부가 2024년 10월 완료를 목표로 나투나 제도 해역을 경제 특구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 곳에 항구와 물류 거점 등 인프라를 구축해 외국 투자금을 끌어들이고 관광지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경제 특구에 걸맞게 나투나 제도 주변 해역의 경비도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중국과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남중국해 전역에 걸쳐 U자형으로 그은 9개의 해상경계선, 이른바 ‘구단선’을 자의적으로 그어 놓고 남중국해의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중 나투나 제도 주변의 구단선이 인도네시아가 주장하는 베타적 경제수역(EEZ)과 겹친다. 중국은 작년에도 인도네시아가 나투나 제도 해역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에 나서자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예상되는 중국의 반발에 인도네시아도 대응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중국과의 분쟁에 대비해 해당 해역의 경비를 강화하고 정기 훈련도 진행할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미군과의 연합훈련인 ‘가루다 실드’를 나투나 제도 해역에서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한편으로 미국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포섭하려 하는 만큼 ‘앞마당 다독이기’에 나선 중국이 인도네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외무성은 인도네시아의 이번 움직임에 대해 “중국과 인도네시아 간 해양권리 주장이 겹치고 있다. 서로 협의해서 해상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