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K팝 스타 방탄소년단(BTS)이 3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아시아·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제도 주민(AANHPI) 유산의 달' 마지막 날인 이날 BTS를 초청해 '반(反) 아시안 증오범죄 대응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BTS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에 앞서 백악관 브리핑룸을 방문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 소개를 받은 BTS는 한 명씩 돌아가면서 소감과 아시아계 증오 범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멤버들은 모두 검은 정장 수트에 검은색 넥타이, 흰 셔츠를 차려입었다.
리더인 RM은 영어로 "반(反) 아시아계 혐오 범죄와 아시아계 포용성, 다양성이란 중요한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에 초대받아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진은 "저희는 AANHPI 커뮤니티와 뜻을 함께하고 기념하기 위해 오늘 백악관에 왔다"고 밝혔다.
지민는 "최근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하는 많은 증오 범죄에 굉장히 놀랐고 또 마음이 안 좋았는데, 이런 일이 근절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오늘 이 자리를 빌려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고 했다. 또 제이홉은 "오늘 저희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저희 음악을 사랑해 주시는 다양한 국적, 언어, 문화를 가진 저희 팬, 아미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정국은 "한국인의 음악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넘어서 전 세계 많은 분께 닿을 수 있다는 게 아직까지도 좀 신기하것 같다"면서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연결해주는 음악이란 건 참으로 훌륭한 매개체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슈가는 "나와 다르다고 그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라며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평등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뷔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의미 있는 존재로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한 또 한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리더 RM은 마지막으로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우리가 아티스트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할 중요한 기회를 만들어 주신 바이든 대통령님과 백악관에 감사드린다"고 말을 마쳤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 아시아계 증오범죄가 확산하는 가운데 BTS는 그동안 증오범죄를 포함해 인종차별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해 3월 미국 애틀랜타에서 한인 여성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격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에는 희생자 가족에 위로를 전하면서 인종차별과 폭력에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백악관 기자실은 BTS의 ‘깜짝 방문’으로 바이든 정부 출범 이래 가장 부산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날 BTS 멤버들이 한 명씩 발언을 시작하자 대다수 기자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거나 영상으로 담느라 분주했다. 취재 기자들의 뒤편에 배치된 사진 및 카메라 기자들이 당황해서 "폰 다운(Phone Down), 폰 다운"이라 외칠 정도였다.
또 백악관의 유튜브 채널은 BTS 팬이 대거 몰리면서 한때 동시 접속자가 3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한 백악관 출입 기자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접속할 줄은 예상도 못 했다"고 전했다. BTS 순서가 끝난 뒤 다음 브리핑 차례이던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자 기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고, 동시 접속자도 급격히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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