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돌아온 영화 ‘탑건’의 속편이 북미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주연배우 톰 크루즈가 극중 입고 나온 옷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는 점퍼 뒷면에 대만 국기가 크게 그려져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대만 외신은 “할리우드 영화계가 중국 당국의 검열을 의식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탑건의 매버릭이 점퍼에 대만 국기를 달아 중국의 분노를 살 위험을 무릅썼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한편 영화 속에서 매버릭(톰 크루즈)은 대만 국기가 그려진 점퍼를 입고 등장한다. 이는 매버릭의 아버지가 남긴 유품으로, 1960년대 미 해군 복무 당시 대만과 일본 근해에서 임무를 수행한 것을 기념한 점퍼다.
앞서 지난 2019년 공개된 해당 영화 예고편에서도 이 장면이 노출됐었으나, 이후 추가로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해당 장면이 사라져 ‘제작사가 중국 당국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대만 언론들은 개봉 전부터 해당 논란을 겪었던 장면이 실제 개봉판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자, 이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자유시보, 타이완뉴스, SETN 등 매체에 따르면 대만 관객들은 이 장면에서 환호했고 여러 차례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할리우드는 그동안 중국 검열의 압력에 굴복해, 중국 사회에서 불쾌하게 여겨질 수 있는 장면과 대사 등을 제거해왔었다. 그러나 주인공 매버릭 점퍼의 대만국기 이미지를 삭제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적어도 할리우드의 일부 경영진이 중국 검열 문제와 관련해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중국 당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며 ‘하나의 중국’을 외쳐오고 있다. 중국 내 진출한 해외 기업이나 인사들은 이에 반대할 경우 불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해 중국 당국의 이른바 눈치를 봐 왔다.
현재 ‘탑건: 매버릭’은 개봉 나흘 만에 1억 5천600만 달러(약 1930억 원)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올리는 등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다만 이 영화가 중국 현지에서 개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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