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구청장 선거에서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8~10석을 목표치로 제시했던 만큼 예상 밖 결과에 다소 고무된 모습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몰아준 서울 시민들이 ‘견제와 균형’을 외쳤던 민주당의 호소에 호응한 결과로 해석된다. 2018년 선거에서 서울 25개 구 중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구를 내줬던 국민의힘은 지난번보다 당선인을 늘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2일 오전 1시 40분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에 따르면 서울 25개 구 중 민주당은 12곳에서 앞서고 있다.
세부적으로 성동·광진·중랑·성북·강북·노원·은평·강서·구로·금천·영등포·관악구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제치고 있다. 특히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노원·중랑·성동·은평 등 4개 구에서는 당선 ‘확실’로 예측되며 승기를 굳히고 있다. 이는 서울시장 선거와도 대비되는 결과다. 서울시장 선거 개표율이 35%를 기록한 가운데 오세훈 후보는 25개 구 모든 곳에서 송영길 민주당 후보를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선전은 ‘인물론’이 통한 결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14개 구에서 현역 구청장이 재도전에 나섰다. 민주당은 현역 프리미엄을 고려할 때 8~10석은 사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 자체적으로는 관악·성동·중랑 등은 우세를,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을 비롯해 은평·성북구 등도 박빙 우세 지역으로 분류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현역 구청장 중 지역 구민들한테 우수한 평가를 받아왔던 후보들이 예상보다 선전했다”면서 “일찌감치 대세론을 구가했던 오세훈 시장에 맞서 견제와 균형을 호소했던 캠페인 전략이 어느 정도 통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예상 밖 결과에 다소 당혹한 모습도 보인다. 서울 지방선거 투표율은 53.2%로 전국 평균치를 웃돌았지만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은 투표율이 유독 저조해 국민의힘은 출구조사 직후 승리를 전망했다. 실제 가장 투표율이 낮았던 5개 구는 금천구(49.7%), 강북구(49.8%), 관악구(50.4%), 중랑구(51%), 광진구(51.4%) 순으로 드러났다. 이 지역은 2018년 선거에서 민주당 구청장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된 곳들이다. 당시 관악을 제외한 4개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60% 초중반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강남 3구 투표율은 25개 구 중 최상위권에 속했다.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서초(56%)였다. 송파와 강남도 각각 55%, 53.6%를 기록했다. 부동산 정책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강동(53.8%), 양천(55.4%), 동작(54.4%)도 투표율이 높은 편이었다.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인 오세훈 후보의 후광효과가 구청장 선거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오 후보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31일 노원→도봉→강북→성북→동대문→중랑 등 접전 지역으로 꼽히는 11개 구를 돌며 구청장 후보를 지원사격했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과 구청장·시의원·구의원이 한꺼번에 일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면서 “국회도, 시의회도, 구의회도 발목 잡는 사람이 없어야 일할 수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다만 집값에 민감한 ‘한강벨트’에서 대체로 우위를 보인 것은 소기의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강을 둘러싼 11개 자치구(강남·강동·마포·송파·광진·성동·영등포·강서·용산·동작·서초)는 3월 대선에서도 한강벨트로 불리며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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