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가운데 거물급 후보들의 성적표에 관심이 모아진다.
여야 대선주자급 인사들은 대체로 이변 없이 당선증을 챙기면서 차기 대권가도를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은 '최초 4선 서울시장' 고지에 오르면서 여권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게 됐다. 무엇보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압승을 거두며 수도권 승리의 구심점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 시장은 지난 2011년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된 데 책임을 지고 시장직을 사퇴했다. 이후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청와대 대변인 출신 고민정 민주당 후보와 만나 접전 끝에 석패해 다시 체면을 구겼다. 그러나 1년 만인 지난해 재보선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10%포인트 넘는 격차로 따돌리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송영길 민주당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리며 4선 기록을 세웠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성남 분당갑에서 '3선 깃발'을 꽂고 5년 만에 여의도에 재입성한 안철수 국민의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향후 행보에도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김은혜 경기지사 당선인을 전폭 지원, 수도권 탈환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차기 대선을 도모할 기반을 축적하는 동시에 당내 입지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도 거론됐지만 '고사'한 것으로 알려진 안 전 위원장의 목적지는 당권 도전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는 지난달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이후 당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그때(전당대회 때) 가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안 전 위원장이 당권 장악에 성공할 경우 여권의 차기 경쟁에서 유리한 여건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의도를 떠나겠다며 '하방'한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도 여전히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홍 당선인은 2017년 19대 대선에서 패배한 뒤 같은 해 7월 당 대표로 당선됐다. 그러나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당이 참패하자 곧장 물러나는 등 부침을 겪었다. 당내에서는 대선주자부터 당대표직까지 중량감 있는 역할을 두루 맡은 만큼 현 정부 중반 이후부터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며 대권행보에 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천 계양을에서 '1선'에 성공한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은 속내가 복잡하다. 선대위 총사령탑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했지만, 민주당이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자신의 지역구에서는 이겼지만 '신예'를 맞상대로 거둔 결과치고는 초라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선거 참패에 따른 위기를 수습할 당내 구심력이 부재한 상황인 만큼 이 상임고문이 여의도 입성을 교두보 삼아 본격적인 원내 세력화에 나설 것이라는 데 무게가 쏠리고 있다. 자신의 '홈그라운드'이자 최대 승부처인 경기를 김동연 후보가 극적으로 사수하면서 이 상임고문의 숨통도 트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 상임고문은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 당권을 장악하려 했던 당초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해 나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당 관계자는 "당장은 선거 패배 파장이 이어지면서 혼란이 거듭될 것"이라며 "지도부 공백 상태에서 이 당선인의 역할론이 오히려 주목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는 하다"고 했다.
민주당의 잠룡 중 하나인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는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를 상대로 손에 땀을 쥐는 접전 끝에 대역전극을 써내면서 단숨에 체급을 높이며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게 됐다. 특히 김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의 압승 속에 최대 승부처인 경기를 사수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체면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론의 불씨를 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으로서는 경기에서 값진 승리를 거둔 셈이다. 이에 따라 김 후보는 단숨에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발판을 다졌다는 평가다. 다만 김 후보는 선거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당권 도전에 나설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민주당 전당대회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