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6일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 이후 노동계 중심으로 확산된 모든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대법원이 무효로 판결한 임금피크제는 정년유지형이다. 정년유지형은 대부분 사업장이 도입한 정년연장형과 구분돼야 한다는 게 고용부의 지적이다. 고용부는 정년유지형이라고 하더라도 도입 목적, 근로자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 등 사업장별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위법인지 가려진다고 밝혔다.
결국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임금피크제 전체를 무효화하려는 노동계의 대응은 옳지 않다는 얘기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3일 서울에서 임금피크제 현장 간담회를 열고 “대법원 판결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정년유지형의 연령차별이 무효라는취지”라며 “정년유지형도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에 따라 다르다”라고 말했다. 고용부가 이날 배포한 임금피크제에 대해 설명자료를 질의응답 형태로 재구성했다.
Q. 임금피크제는 얼마나 도입됐나.
A. 2021년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 기준으로 164만3000개 사업장 중 7만6057곳(22%)이 도입했다. 도입한 사업장 중 87%는 2013년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된 이후 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Q. 이번 대법원 판례는 어떤 의미인가.
A. 2009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A기관에서 노사가 벌인 소송이다. 이 곳의 임금피크제는 만 55세 이상이면 이전의 직급과 역량등급 고려없이 특정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했다. 이 방식이 고령자고용법 위반이라면 근로자가 2014년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연령을 이유로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이라며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정년을 유지하면서 일정 연령 이상 근로자의 임금을 깎는 정년유지형 효력에 관한 판단 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 도입 목적의 타당성, 불이익의 정도,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Q. 정년유지형(대법원 판결)과 정년연장형은 어떻게 구별하나.
A. 임금피크제 도입 시점을 기준으로 구분한다. 노사가 정년 연장에 수반된 조치로 도입하면 정년연장형이다. 반대로 정년 변경없이 도입하면 정년유지형이다.
Q. 우리 회사의 유형이 무엇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A. 시점이 기준이 될 수 있다. 2013년 5월 이전에 정년이 60세 미만이고 2013년 5월 고령자고용법 개정 이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 정년연장형으로 볼 수 있다. 또 노사가 정년 연장이 배경이 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더라도 정년연장형으로 볼 수 있다.
Q. 정년유지형은 대법원 판결처럼 모두 합리적 이유없는 연령차별인가.
A. 대법원에서도 밝혔듯이 항상 무효가 아니다. 무효인지 여부는 도입 타당성, 근로자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에 상응하는 조치 여부,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의 사용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Q.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 정년유지형도 있나.
A. 있다. 올해 2월 대법원은 B공단 사건에서 일정 직급 근로자에 대한 정년 연장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를 연령차별로 판단하지 않았다. 우선 이 곳의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통과 이후 도입됐다. 또 대법원은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가 기존에 유리한 정년 규정을 적용받았고 업무시간 조정이 가능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Q. 정년연장형 중에서 합리적 이유없는 연령차별인지 판단할 수 있나.
A. 아직 대법원은 정년유지형(이번 대법원 판결)과 달리 정년연장형에 대해서는 연령차별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하급심 판례들은 정년연장에 수반된 조치로서 노사 협의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원칙적으로 연령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판례 중에는 비용 절감과 직원 퇴출이 목적인 명목상 임금피크제로서 특정 연령의 임금을 과도하게 삭감하면 연령차별로 본 경우도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