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표한 2022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 5월 29일 확정되면서 오랜 산고 끝에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에 대한 손실보전금 지급 방안이 확정됐다. 추경 전체 규모야 62조 원이지만 지방교부금 23조 원을 빼면 39조 원이 추경 지출인데 그중에서도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전 23조 원이 가장 덩치가 크다. 사실상 이번 추경은 소상공인을 위한 추경이라고 부를 만하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손실 규모와 매출 규모에 따라 600만 원부터 최대 1000만 원까지 손실지원금이 지급된다. 얼핏 보면 손실 규모가 클수록 손실지원금이 비례해서 많이 지급돼 합리적인 것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매출 손실 규모에 따라 보전 금액이 차등적으로 올라가는 경우는 매출이 2억 원 이상인 경우에만 해당된다. 매출이 2억 원 미만이면 매출 손실률이 얼마이든지 간에 보전지원금은 600만~700만 원뿐이다. 2억 원 이상 4억 원 이하인 경우 손실률이 40%보다 더 크면 700만~800만 원, 그 이하면 600만~700만 원을 받는다. 매출이 4억 원 이상이면 손실률에 따라 600만~700만 원 혹은 700만~800만 원 혹은 1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매출 손실 규모는 같은데 매출 규모가 크다고 보전금을 더 많이 지급한다는 것은 상식과 동떨어진다. 이런 비합리성은 다음 예에서 더 뚜렷이 드러난다. 즉, A 기업과 B 기업과 C 기업의 매출 손실이 모두 1억 원이라고 하자. 그런데 A 기업의 매출 규모는 1억 5000만 원, B 기업은 2억 원, C 기업은 5억 원이라고 하자. 이 경우 A 기업의 손실률은 66.7%, B 기업은 50.0%, C 기업은 20%다. 따라서 정부의 보전 스케줄에 따르면 A 기업과 C 기업은 손실보전금을 600만~700만 원 지급받지만 B 기업은 700만~800만 원의 보전금을 받도록 설계돼 있다. 유사한 예는 매출 손실이 2억 8000만 원으로 같지만 매출 규모가 3억 원인 D 기업, 4억 원인 E 기업, 8억 원인 F 기업의 경우에도 발생한다. D 기업의 손실률은 90%가 넘고 E 기업은 70%, F 기업은 35%인데 D와 F가 받는 손실보전금은 700만~800만 원이지만 E는 800만~1000만 원을 받는다. 동일한 매출 손실이 발생했으면 동일한 보전금을 지급받아야 공정할 텐데 매출 규모가 2억 원에서 4억 원 사이인 기업이 다른 기업들보다 더 많은 손실보전금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
이런 비합리성이 발생하는 이유는 매출 규모가 클수록 지원금을 차등(적게) 지급하려고 했던 문재인 정부 시절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규모가 큰 소상공인일수록 형편이 괜찮을 테니 지원금을 덜 줘도 되고 소규모 소상공인일수록 더 줘야 한다는 분배 정의에 기초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편법을 쓰다 보니 문제가 더 꼬이고 비합리적으로 된 것이다.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보전금 우대 정신은 당초 추경호 경제팀의 제2회 추경안에도 고스란히 들어가 있었다. 2억 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의 경우 손실률이 40% 이하이면 600만~700만 원, 40% 이상 60% 미만이면 700만~800만 원, 그리고 60% 이상이면 800만 원을 차등 지급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비합리성 문제가 더 꼬이며 복잡해지자 발표한 바와 같이 매출이 2억 원 이하이면 매출 손실에 상관없이 600만~7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손실보전금 지급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손실 규모에 따라 비례해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실 규모가 크면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더 많은 보전금이 지급돼야 하고 손실 규모가 작으면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보전금이 작으면 된다. 그래야 공정하고 상식적이다. 기업 규모에 따라 보전금을 차등 지급하려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모순과 비합리의 발단이다. 손실보전금으로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거리를 정부가 만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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