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불패’로 여겨지던 서울에서도 무순위 청약(줍줍)이 나오거나 당첨 가점 커트라인이 낮게 형성되는 등 저조한 흥행을 보이고 있다. 시세 대비 비싼 분양가와 함께 올해 들어 강화된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2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는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전용 59㎡A 11가구, 80㎡A 46가구, 84㎡A 36가구, 84㎡B 21가구 등 총 139가구 모집에 1120명이 지원하며 평균 경쟁률 8.1대 1을 기록했다.
최근 ‘한화 포레나 미아’ 외에도 서울에서는 청약 당첨자들의 미계약이 속출하며 무순위 청약 물량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올해 1순위 청약을 진행한 9단지 중 5단지에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 ‘북서울 자이폴라리스’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 구로구 개봉동 ‘신영지웰 에스테이트 개봉역’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 입구역 더하이브 센트럴’ 등이다.
서울에서 줍줍 물량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는 원인으로는 시세 대비 비싼 분양가가 지목된다. 특히 올해 서울에서 줍줍을 진행한 지역들은 모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분양가가 더욱 높은 편이다. 지난 3월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북서울 자이폴라리스’ 전용 84㎡의 분양가는 최고 10억 3100만 원으로 인근에 위치한 ‘래미안미아 1차’ 85㎡의 가장 최근 거래(지난해 10월) 8억 8000만 원(9층)보다 1억 5000만 원 이상 비싸다. 심지어 같은 강북구에 위치한 ‘한화 포레나 미아’ 전용 84㎡ 분양가는 최고 11억 5003만 원으로 ‘북서울 자이폴라리스’보다도 비싸다.
한편 시세 대비 비싼 분양가는 낮은 당첨 커트라인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달 2일 당첨자 발표를 한 도봉구 창동 ‘창동 다우아트리체’ 58㎡B 타입의 최저 당첨 가점은 32점이었다. 이 단지 58㎡의 분양가는 7억 9380만~8억 720만 원으로 인근 ‘창동주공19단지’ 전용 59㎡ 시세(올해 4월 8억 5000만 원 거래)와 큰 차이가 없다. ‘한화 포레나 미아’ 80㎡ 역시 최저 가점이 34점이었다. 원룸형 주택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 19㎡는 가점 12점이 청약에 당첨되기도 했다. 해당 단지 역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분상제가 적용되지 않는 서울 외곽 지역 집값은 최근 하락하는 조짐을 보이는데 분양가는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고 있어 청약에 대한 매력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20%는 낮아야 당첨자들이 대출을 통해 적극적으로 계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화된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역시 수요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되면서 서울 분양 시장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올해 모집공고를 받는 단지부터는 대출액이 2억 원을 초과할 경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금융권 40%, 2금융권 50%은 적용된다. 지난해 7월 0.5%였던 기준금리는 5차례 인상되면서 이달 1.75%까지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