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공백 상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6일 국민의힘이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 시한을 이달 말로 못 박고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상에 속도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6·1 지방선거 압승으로 민생 분야에서 하루빨리 성과를 내야 하지만 원 구성 협상이 일주일 넘게 표류하면서 입법 골든타임인 ‘새 정부 출범 100일’을 낭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7일부터) 본격적인 원 구성 협상을 요구하고 6월 말까지 원 구성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 몫으로 하는 것은 여야 합의 사항으로 법사위를 차지하고 싶으면 국회의장을 돌려줄 것인지 되묻고 싶다. 시한 내 구성이 불발되면 1당인 민주당의 책임”이라고 압박했다.
후반기 국회가 지난달 30일 시작됐지만 여야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며 협상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내부 다툼에 민주당의 협상 여력이 없다는 점도 지연 이유다.
박홍근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날 “여당이 해야 할 최선의 선택은 당리당략을 버리고 즉각 국회의장을 선출해 국회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의장단 우선 선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의장단 선출과 법사위원장 배분을 병행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현충일 기념식장에서 박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며 “법사위원장만 주면 일사천리 진행될 텐데 왜 고집하는지 이해 못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할 입법 속도전을 펼쳐야 할 여당은 속을 끓이고 있다. 지방선거 승리 직후 국민의힘은 “새 정부 초기 100일은 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한 분기점”이라고 진단하며 이른바 ‘100일 작전’ 추진을 약속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도 “당에서는 앞으로 100일 정도를 놓고 입법 등 지원 체계를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납품단가연동제,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등 약자를 위한 입법이 1순위”라고 강조했다. 법안 발의를 서둘러 마치고 원 구성이 마무리되는 대로 야당과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협상이 급물살을 탈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원 구성 논의는 의장단 선출과 법사위원장을 연계 처리하는 것에서 진척된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무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기약 없이 밀리면서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고 국민의힘은 경고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미 인사청문 기한이 도래한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해 “청문회를 위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 야당이 거부했다. 불가피하게 임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순애 교육부 장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6월 말까지 원 구성이 안 되면 행정부에서 법에 따라 임명해도 뭐라 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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