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미국 해군 유럽사령부는 덴마크·노르웨이·서독 등 4개국 해군을 발틱해에 불러 모아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당시 별도의 명칭이 없었던 훈련은 해상 구조를 비롯한 비군사적 협력 작전 위주로 실시됐다. 이듬해 미 해군은 이 훈련의 이름을 ‘발틱해 작전(Baltic Operations)’, 줄여서 ‘발톱스(Baltops)’로 정했다. 이어 1년 뒤인 1972년 ‘발톱스’로 불리는 군사훈련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발톱스는 미 해군이 주도해 발틱해와 그 주변 지역에서 실시하는 군사훈련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이 참여한다. 북유럽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 군사훈련으로 매년 6월에 2주 정도 진행된다. 기뢰 대응, 해상 차단 등 해상 작전에 초점이 맞춰진다.
냉전 시대 발톱스의 목표는 북유럽 방어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고 유사시 소련 영토에서 전개할 연합군의 공격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소련 붕괴 뒤에는 무게중심이 항해의 자유, 해군 간 교류 등으로 옮겨가 군사훈련의 색채가 옅어졌다. 러시아와 스웨덴·핀란드가 합류하는 등 참가국에도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러시아가 2012년 이후 훈련에서 모습을 감추고 팽창주의를 노골화하자 발톱스는 나토 중심의 공세적인 군사훈련으로 거듭났다. 공해뿐 아니라 상공·해변 등으로 훈련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51번째인 올해 훈련(6월 5~17일)이 처음으로 스웨덴 스톡홀름 인근 해역에서 진행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미국이 ‘발톱스 2022’에 대형 수륙양용함 키어사지호 등 군함을 대거 파견했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가입 의사를 표명한 지 2주 만에 미 군함이 발틱해에 들어선 것이다. 이를 두고 외신은 스웨덴과 핀란드를 위협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경고로 해석했다. 마크 밀러 미 합참의장은 “적국에 점령된 땅을 공격하는 시나리오를 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톱스의 변화는 요동치는 국제 질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싸울 의지를 갖고 힘을 키우면서 동맹국과 연대를 강화해야 주변국이 함부로 건들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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