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플레이션 수준이 아직 고점에 도달하지 않았는데 하반기에는 저성장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6일 공개한 ‘저성장·고물가 함정에 빠진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연구원은 수출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소비·투자 등 내수 부문이 침체되면서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1분기 경제 성장률은 0.7%로 전 분기의 1.2%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수출이 4.1% 증가해 전체 성장을 견인했으나 설비투자(-4.0%), 건설투자(-2.4%), 민간소비(-0.5%) 등이 모두 감소했다. 4월에는 생산·소비·투자가 2년 2개월 만에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마이너스’ 상황을 맞았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0개월 연속 하락하는 가운데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3·4월에 연속 떨어져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부진이 계속되는데도 물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4% 올라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해 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가공식품 물가도 10년 4개월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미국 등 주요국들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한국은행도 동참해 고물가·고금리 부담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저성장·고물가의 함정에서 탈출하려면 물가 안정 노력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근본 해법은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투자가 증가하면 고용과 소비도 늘면서 경기가 살아난다. 이를 위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창의와 도전의 ‘기업가 정신’을 일깨워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관 주도 경제와 달리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기치로 내걸었다. 기업들도 이에 호응해 향후 5년간 1000조 원 투자와 30만 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새 정부는 뚝심을 갖고 규제 혁파와 노동·세제·연금·교육 개혁 등 구조 개혁을 추진해 기업이 다시 뛸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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