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가운데 미국인 10명 중 8명 이상이 자국의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 침체뿐만 아니라 국내 정세와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 수행, ‘아메리칸 드림’ 실현 가능성 등에도 비관적인 평가가 이어지며 미국 사회 전반에 국민들이 크게 실망한 상태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 시간)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와 함께 지난달 107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83%가 미국 경제 상황이 '나쁘거나 좋지 않다'고 평가하며 1972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개인의 경제 상황에 대한 비관론도 뚜렷했다. ‘최근 수년간 나의 재정 상황이 나빠졌다'는 응답자는 38%로 10명 중 3명을 넘겼는데,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 시기인 2007~9년을 제외하고 처음이다. 현재 재정 상태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도 전체의 35%에 달했다.
치솟는 물가와 고금리로 과거·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 전망도 암울했다. 4월 미국 물가상승률은 8.3%를 기록하며 40년래 최고치에 근접한 바 있다. 이에 응답자 절반 가까이(46%)가 ‘삶의 수준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답했으며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년 대비 20%p나 하락해 27%에 그쳤다.
이에 WSJ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고전을 전망했다. 경제 이슈에 관심이 높은 유권자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의 책임을 여당에 묻고, 이를 해결할 정당에 표를 던질 것이라는 풀이다.
최근 낙태권 논쟁·인종차별·총격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정치적·사회적 분열이 심각하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전체의 86%가 미국의 ‘핵심가치’에 대한 여론이 크게 분열된 상태라고 진단했으며 절반 이상이 향후 5년 간 갈등 악화를 예상했다. 미국인 대다수가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할 수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10명 중 6명이 동의하지 않았다. WSJ는 성적·인종적·종교적 다양성에 대한 질문에서도 응답자간 의견 분열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제니퍼 벤즈 NORC 부사장은 이번 조사에 대해 "과거에는 ‘모든 것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최소한의 희망이 있었다”며 "그것이 이번 결과와의 중요한 차이점"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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