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고참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7일 이준석 대표를 겨냥해 “공천혁신위원회를 한다면서 당 대표 측근인 정미경 최고위원을 분당을 지역에 배치하는 것은 혁신도 정도도 아니고 공정과 상식에도 어긋난다. 오죽하면 ‘당협 쇼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겠느냐”고 말한 데 대해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역구가 없으니 공모가 나거나 빈 데는 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경제와 통화에서 “수원에는 자리가 없다. 이미 사람들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정 부의장이 정 최고위원이 수원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한 반론이기도 하다. 정 최고위원의 이전 지역구인 수원을과 수원무에는 각각 한규택 당협위원장, 박재순 당협위원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 부의장은 앞서 서울경제와 통화에서 “분당을 같은 최고 승률의 지역은 정치 신진 기예들의 등용문으로 활용하거나 그 지역에 깊은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 출마해야 한다”며 “정 최고위원은 출중한 정치 역량을 갖춘 분으로 자기 지역인 수원에 나가 정정당당하게 평가 받는 것이 정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정 부의장이 전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에 대해 문제 제기하며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 묻는 이들이 많다”고 한 언급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달 18일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 성남 분당을 당협위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허은아 수석대변인이 서울 동대문을에 내정됐다. 당협위원장 임명은 최고위 의결만 남은 상태다. 경기 수원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정 최고위원은 앞서 서울 서초갑 조직위원장에 지원했으나 전희경 전 김기현 원내대표 비서실장에게 밀렸다. 이후 3·9 대선과 함께 치러진 서초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경선에도 도전했으나 조은희 의원에게 패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번 서초갑은 자기네가 안 주지 않았느냐”며 “이번에 공모 난 지역에서 내가 응하고 거기서 조강특위에서 오케이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정 최고위원이 분당을을 택한 게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원으로 가서 경쟁을 하면 되지 않느냐”며 “분당을은 아니다”고 말했다. 수원 지역에서 활동하다가 총선 때 공천 경선에 도전하면 된다는 취지다. 이어 “정치인은 쉽게 가려고 하다가 실패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분당을이 보수 후보 승률이 높은 지역이라는 평가에 근거한 지적으로 풀이된다. 분당을은 19대 때 전하진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됐다가 20대·21대 때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리 당선됐다. 20대 때는 임태희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18.81%를 가져가면서 김 의원 39.85%, 전 전 의원 30.96%을 기록했다. 21대 때는 김 의원 47.94%, 김민수 미래통합당 후보 45.1%로 표차가 크진 않았다.
정 최고위원은 분당을이 쉬운 지역구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재선 김병욱은 만만치 않다”며 “민주당 조직이 엄청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부의장은) 전희경 전 의원이 있는 당협을 버리고 서초에 갔을 때는 왜 조용히 했느냐”고 지적했다. 전 전 의원은 인천 미추홀갑 당협위원장을 맡은 상태에서 서초갑 조직위원장에 지원해 임명됐다.
한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측근 인사를 당협위원장에 임명했다는 지적이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어떤 분을 염두에 두고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의 조직강화특위에서 공모해서 선정하면 최고위에 올라오니 최고위에서 만약 부당한 선정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지적 받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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