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간 갈등이 수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공사업단이 7일 예정돼 있던 크레인 해체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지난 2일 조합이 서울시 중재안을 대부분 수용하기로 결정한 데에 이어 시공단이 공사 중단 장기화의 결정적 변수로 꼽히는 크레인 해체를 미루면서 양측이 그동안의 갈등을 봉합하고 추후 사업 정상화 수순을 추후 밟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7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시공단은 이날 예정된 크레인 해체 작업을 한동안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시공단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크레인을 조속히 현장에서 철수시켜달라는 협력 업체의 요구가 있어 이달 중 크레인을 해체할 예정이었지만 둔촌주공 정상화위원회 및 서울시·강동구청의 강력한 요청으로 인해 해체 작업을 한동안 미루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내부 논의 및 협력 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해체 작업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크레인은 해체 작업에 2~3개월이, 재설치하는 데에는 2~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번 본격적인 해체가 진행되면 재설치까지는 최대 9개월 가량이 소요되는 셈이다. 둔촌주공 조합 관계자는 시공단의 이날 결정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갈등 해결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합 내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의 둔촌주공 정상화위원회(정상위) 관계자는 “시공단이 정상위 요구를 받아들여준 데 대해 환영의 입장을 표한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총 가구 수 1만 2032가구에 일반분양 가구 수만 4786가구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으로 지난해 말부터 현 조합과 시공단이 갈등을 빚으며 4월 15일 공사가 중단됐다. 그동안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고 국토부·서울시·강동구청이 합동 점검을 실시하는 등 갈등을 해결하려는 각계각층의 노력이 있었지만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려왔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서울시가 양측에 제시한 중재안(초안)을 조합이 이달 2일 수용하겠다고 밝히며 극적 협상 타결에 대한 불씨를 살렸다. 이후 시공단이 공사 중단 작업의 분수령으로 여겨지는 크레인 해체를 잠정 연기하면서 사업 정상화 가능성이 남아 있게 됐다.
다만 공사 재개 및 사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가 양측의 의견을 조율해 내놓은 중재안에 대해 조합이 전반적인 수용 의사를 밝힌 반면 시공단은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시공단 관계자는 “조합이 수용 의사를 밝혔더라도 서울시 중재안에 대한 시공단은 변함 없다”며 “조합이 기존 계약을 무효화해 공사 재개를 할 법적·계약적 토대가 없는 상황에서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조합 관계자는 “(조합은) 서울시 중재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서울시가 내놓은 중재안은 총 10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으며 크게 6가지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조합과 시공단은 기존 계약의 유·무효에 대해 더 이상 논하지 않고 공사비 약 3조 2000억 원에 대해 한국부동산원 재검증을 거쳐 계약을 변경 △시공단은 조합의 마감재 요구와 관련 미계약 부분은 조합과 협의해 수용하되 증액되는 금액은 조합이 부담 △조합은 분양 지연 및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손실 등에 대해 수용 △조합은 총회 의결을 거쳐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사업대행자’에게 일부 권한을 위임 △시공단은 30일 이내에 공사를 재개하고 조합 이주비 및 사업비 지원에 협조 △조합은 시공단에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고 올해 4월 있었던 계약 무효 총회 또한 철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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