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집중 공격으로 초토화 되다시피 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이번에는 전염병인 콜레라가 확산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쟁 기간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고 전기와 수도가 완전히 끊긴 데 이어 전염병까지 창궐해 현지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는 모양새다.
6일(현지 시간) 페트로 안드류센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도시에 쌓인 쓰레기와 부패한 시체가 식수를 오염시켜 시민들이 콜레라와 이질 등 전염병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현재 마리우폴 주민들은 이틀에 한번 꼴로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린 뒤에야 깨끗한 물을 배급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는 이미 러시아가 도시를 격리 조치 했다면서 “점령 당국(러시아)과 도시 감독관들 사이에서 ‘콜레라’라는 단어가 점점 더 많이 들리고 있다. 전염병이 이미 어느 정도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현지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도 이호르 쿠진 우크라이나 보건부 차관을 인용해 “대규모 (시체)매립과 깨끗한 물 공급 부족 문제가 마리우폴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다”고 보도했다.
쿠진 차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이달 1일부터 자국 내 콜레라 의심 사례를 보고 받기 시작했으며, 상황이 심각한 마리우폴에서 다른 곳으로 질병이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다른 지역의 물과 토양 검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파견한 상태다. 그는 콜레라를 치료하기 위한 의약품 및 백신은 최소 8월 분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17일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전투 종료를 공식 선언한 뒤 마리우폴을 점령하고 폐허가 된 도시를 관리·감독해왔다. 이 과정에서 이동식 화장터를 이용해 시체를 처리하는 등 전쟁 범죄 증거를 지운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위성 영상 등에서는 도시 내 최소 3개 이상의 집단 매장지가 확인된 상태다.
문제는 격전으로 마리우폴의 급수 시설 및 의료시설이 대부분 파괴되며 콜레라 유행 위험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는 "마리우폴에서 활동 중인 비정부기구들로부터 도시 거리가 늪과 같고, 폐수와 식수가 섞여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면서 "콜레라를 포함한 수많은 전염병이 퍼질 엄청난 위험이 있다"는 우려를 전한 바 있다.
마리우폴 시의회도 이날 텔레그램에 파괴된 건물과 무덤 사진들을 올리며 “러시아 군이 두 달 째 피살된 주민들을 공동 묘지에 매립하고 있지만, 사망자 수가 너무 많아 2~3개월이 더 걸릴 수 있어 거의 모든 집이 자발적으로 마당에 시체를 묻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수백 채의 고층 건물 잔해 아래에서 썩고 있는 시체가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며 도시 위생 문제의 심각함을 호소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공중보건 전문가들을 인용해 날씨가 더워지고 전쟁이 장기화되며 우크라이나가 각종 전염병에 노출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뿐만 아니라 질병과도 맞서 싸워야 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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