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7일 0시부터 다시 총파업이라는 이름으로 집단 운송 거부를 시작했다. 이번 사태는 2003년과 2007년, 2012년, 지난해 11월 발생한 화물연대 총파업과 판박이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할 때마다 정부는 보이지 않고 결국 기업과 국민이 볼모로 잡힌다. 정부는 항상 엄정 대처를 외쳐왔다. 하지만 결론은 반복된 파업이다. 왜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일까. 운송 산업의 특수성과 화물기사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라는 점을 들여다 봐야 한다.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상 화물연대의 총파업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뇌관이다.
화물연대는 고용노동부가 노조설립필증을 준 정식 노조 단체가 아니다. 특고인 화물기사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원으로 일종의 권익 단체다. 특고라는 고용 형태 때문에 노조로 인정받지 못한다. 화물기사는 자영업자로서 운송 회사와 계약을 맺고 운송 회사는 화주와 계약을 맺는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2조는 자영업자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즉 노동 3권 밖에 있는 화물기사는 화주에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은 정부의 실질적 역할 부재를 불러왔다. 고용노동부는 노사 분쟁 가능성을 찾고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고용부의 역할을 화물연대 총파업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 화물연대 총파업은 올해 2월 전국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이 빚은 갈등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택배회사는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대리점은 택배기사와 계약을 맺는다. 교섭 당사자를 놓고 택배노조는 택배 회사, 사 측은 대리점이라고 서로 엇갈린 해석을 했다. 대리점과 택배노조가 합의점을 찾기까지 양측의 갈등만 깊어지고 정부의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택배노조 파업 당시에도 기업과 국민이 볼모로 잡혔다.
화물연대는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고유가에 따른 운송료 인상 외에도 노동법상 근로자가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노동법제에서 특고는 사 측과 협상을 할 수 없다. 화물연대의 사측은 정부다. 화물연대는 정부와의 협상이 틀어지면 집단 운송 거부라는 총파업 카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고는 노동시장의 엄연한 현실이다. 플랫폼 노동자까지 합치면 전체 근로자의 10%에 육박한다. 정부는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급속하게 늘어날 특고를 어떻게 할지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특고와 근로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현 노동법제의 적합성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단기 대책으로는 택배기사 과로사를 막기 위해 시도한 사회적 타협을 고려할 만하다. 택배기사와 택배 회사 간 뿌리 깊은 갈등을 ‘과로사는 막아야 한다’는 보편타당한 가치로 해결한 모범 사례다. 화물연대 총파업은 윤석열 정부의 노정 관계 첫 시험대다. 충분한 설득과 공감 없이 만들어진 노정 관계는 역대 정부에서 모두 모래 위의 탑처럼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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