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에서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대 교수에게 8일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국민참여재판에서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전 교수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단도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했다.
당초 이 사건은 단독 재판부로 배당됐으나 A씨 측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면서 합의부로 재배당됐다. 판결에 앞서 검찰은 징역 6개월을 구형하고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 취업제한 5년도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번복되며, 사건 직후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등에 비춰볼 때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범죄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불쾌감은 인정되지만 이를 강제추행죄에서 정하는 추행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증거들이 다수 있었고 증거 내용이 매우 달라서 고민이 많이 되는 사건이었다"며 "피해자의 신고 및 고소 경위에 대해서도 많은 검토가 필요했다"고 전했다.
재판에서 B씨는 “이 사건은 권력형 성범죄”라며 자신을 아빠처럼 생각하라고 한 A씨가 더는 교육자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A씨는 B씨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고 최선을 다해 지도했는데 이번 일로 인생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깊은 회의와 환멸을 느낀다고 전했다.
A씨는 2015~2017년 제자 B씨와 외국 학회에 함께 다녀오면서 세 차례 신체를 만져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2015년 2월 페루에서 고속버스로 이동하던 중 피해자 B씨의 머리를 만지고, 2017년 6월 스페인 학회 일정 중 B씨의 허벅지 안쪽 화상 흉터를 만지거나 억지로 팔짱을 끼게 해 성적 불쾌감을 유발한 혐의다. B씨는 2019년 대자보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렸고, A씨는 그해 8월 교수직에서 해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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