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실러 교수는 이날 “투자자들과 기업·소비자들이 점점 더 경기 둔화를 걱정하고 있다”며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부분적으로 작용해 경기 침체가 올 확률이 평소보다 훨씬 더 높다”고 밝혔다. 2년 내 경기 침체가 발생할 확률이 50%에 달한다는 것이 실러 교수의 설명이다.
실러 교수에 따르면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데이터보다 스토리다. 지금의 불안 심리가 소비와 투자 위축을 낳으면서 실제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주택 시장의 거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올 들어 미국의 주택 가격이 전년 대비 20% 안팎의 급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실러 교수는 “주택 버블에 관한 말은 아직 많이 거론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그 얘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전주 대비 6.5% 감소해 2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로는 21%나 급감했다. 같은 기간 평균 대출 계약금리는 연 5.33%에서 5.40%로 올랐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주택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월가에서도 경기 침체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빌 윈터스 스탠다드차타드 최고경영자(CEO)는 “임금 인상 같은 구조적 비용 요인에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중앙은행들의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이것이 상대적으로 얕고 짧은(relatively shallow and short) 경기 침체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차입이 (예전보다) 적은 가계와 기업이 떠받치는 금융 시스템이 침체 후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앞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가 ‘경제 허리케인’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으며 제인 프레이저 씨티 CEO도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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