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방역 제한을 해제하는 등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됐지만 값비싼 항공권 가격이 여행객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엔데믹(풍토병) 단계로 접어들고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증하면서 비행기 표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캐세이퍼시픽항공의 이달 홍콩-런던 왕복 이코노미석 항공편은 약 5360달러(673만4304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팬데믹 이전에 비해 5배 이상 뛴 수준이다. 또 뉴욕과 런던을 직항하는 항공편 역시 이코노미석 기준 2000달러(약 251만 원) 이상 가격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권 가격을 부채질하는 주된 원인으로는 글로벌 항공업계가 아직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점이 꼽힌다.
블룸버그는 항공사들이 최근 각국의 입국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항공기 규모와 좌석 수 등 공급을 늘리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 업계가 에어버스 A380, 보잉 747 등과 같은 초대형 항공기 대신 A350 등 연료 효율이 높은 항공기로 눈을 돌리면서 공급이 늘어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 가격이 꾸준히 오른 것도 가격 인상 원인 중 하나다. 운항 비용에서 항공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27%에서 38%~50%까지 확대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 결과, 항공사들이 비용의 상당 부분을 승객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갈수록 심화되는 구인난으로 인해 항공편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대다수의 종사자들이 해고된 상황에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이에 동남아시아 최대 허브공항인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은 6600명 이상의 근로자들을 모집하겠다 밝혔으나, 이전 근로자들은 항공 업계로의 복귀를 원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권 가격의 고공행진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이클 오레리 라이언에어 최고경영자(CEO)고 “비행기 운임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바이러스 발병은 여전히 (비행기표값 하락에)위험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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