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세가 무섭다. 휘발유·경유 가격은 ℓ당 2000원을 넘겼고 밀가루와 식용유·설탕 등 원재료 가격도 급등했다. 팬데믹 장기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국제 공급망 불안정, 양적 완화 정책 등 다양한 원인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덮치는 중이다. 최근 세계은행은 저성장 상황에서 물가만 상승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기도 했다.
흔히 인플레이션을 ‘보이지 않는 세금’이라고 부른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특정 경제 활동뿐만이 아니라 생필품 구매를 비롯한 생활의 모든 과정에서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 된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생활비는 이전보다 많이 드니 실질임금이 감소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직접적으로 세금 고지서가 날아오지 않을 뿐 증세와 비슷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생산성 향상이다. 생산성을 크게 증가시킴으로써 인건비나 원자재 등 가격 인상 요인을 흡수해 물가 상승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생산성은 개인의 특출한 능력이나 근로 시간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기술 혁신과 더불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마련이 결정적이다. 이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는 것이 바로 자동화, 소프트웨어(SW)다. 기업용 SW는 산업 환경의 디지털화를 주도해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가장 효율적이고 핵심적인 도구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결정하는 필수 요소가 되면서 SW 산업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 기관 스태티스타에 의하면 전 세계 기업용 SW 부문 수익은 올해 2433억 달러(약 305조 원)를 넘어서고 5년 뒤에는 무려 127조 원이 불어 432조 원을 기록할 예정이다. 국내도 비슷한 추세다. 올해 한국의 SW 지출 증가율은 15.9%로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정보기술(IT) 분야라는 평가다.
이런 쾌속 행보의 중심에 바로 서비스형SW(SaaS)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리 잡고 있다. SaaS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매월 일정 비용을 내고 SW를 구독해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클라우드의 특성상 별도 설치 없이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바로 쓸 수 있다. 자동 업데이트가 수시로 진행돼 항상 최신 버전을 사용할 수 있고 운영·관리도 SW 제작사의 몫이다. 별도의 운영 비용이나 인력이 따로 필요 없다.
최근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매출 예상액 약 610조 원 중에 SaaS 관련 예상 지출만 220조 원이다. 3년 뒤인 2025년에는 350조가 넘을 것으로 생각된다. 흔히 클라우드 하면 퍼블릭 클라우드 공급사들을 주로 떠올리지만 실질적으로는 SaaS 시장이 더 크다. 일례로 미국 유니콘 기업의 80%는 기업 대상 사업(B2B) SaaS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2025년이 지나면 상위 20개 SW 회사 대다수가 설치형 SW 판매를 중단하고 SaaS로 전환할 것이라고 한다. SaaS가 SW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는 단적인 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최근 백서를 출간하면서 SaaS 중심의 생태계 조성을 강조했다. SaaS가 향후 디지털 경제 산업의 핵심이라는 것을 인식한 끝에 나온 결과라고 본다. 정부의 메시지처럼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공은 물론 개발사, 고객사, 전문 인력 모두가 서로 각자의 영역에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긍정적인 신호도 많이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기업 주도의 민관 프로젝트를 통해 2027년까지 디지털 인재 9만 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과 지방 대학에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분야 학과의 입학 정원을 늘리겠다고도 한다. 국내 산업계의 인력 수요와 향후 발전 가능성을 생각하면 아직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지만 너무도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SW산업협회 산하의 SaaS추진협의회는 발족 1년 만에 회원사 90곳을 넘겼다. 특히 올 들어 신규 회원사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SaaS가 향후 한국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미래 먹거리라는 점을 일찌감치 깨달은 기업들이 한데 모여 머리를 맞대고 국내 SaaS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인플레이션에 맞서기 위해 기업이 해당 분야에서 가장 필요하고 최적화된 SaaS를 도입한다면 생산성 향상은 물론 특유의 확장성과 접근성을 기반으로 조직 전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뿐인가. 급변하는 환경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의사 결정과 실행이 빨라져 비즈니스를 더욱 민첩하게 추진하는 데도 보탬이 된다. SaaS 생태계 구축이 인플레이션의 위기 극복 방안이 될 수 있음은 물론 획기적 도약과 성장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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