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도발을 할 수 없도록 우리가 억제력을 강화해야 하고 만약 또 도발했을 경우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겠다는 게 신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13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박 장관은 워싱턴 DC에서 첫 일정으로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한 뒤 특파원들과 만나 “북한이 제7차 핵실험에 대한 준비를 마친 상태이고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고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13일(이하 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만나 한반도의 엄중한 상황 속에서 북한의 도발을 막고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조 방안을 논의할 생각이라면서 "실제로 언제 북한이 도발을 할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도 북한이 계속 도발하는 것보다는 대화와 외교로 문제를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북한이 8~10일 개최한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강대강 및 정면승부 대결 원칙'을 밝히고 전날 재래식 방사포를 발사한 데 대해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며 "지금 강대강 이런 얘기를 할 것이 아니라 코로나로 인한 여러 고통을 겪는 주민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정권에서 진정으로 그에 대해 고통을 느낀다면 이렇게 미사일을 쏘고 방사포를 쏘고 할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을 위해 고통을 해소해줄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정치·군사적인 고려와는 별도의 차원에서 우리가 코로나로 인한 북한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얘기했는데 아직도 전혀 반응이 없다.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신 정부의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만약 비핵화로 나오면 한국의 경제 협력과 아울러 북한 미래의 번영을 위해서 얼마든지 담대한 계획을 추진할 수 있다고 얘기를 했기 때문에 북한이 그것을 잘 귀담아듣고 올바른 선택을 했으면 한다"고 재차 피력했다. 아울러 "북한이 만약 그런 선택을 했을 경우에 북한에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많은 인센티브가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추진할 수 있는 그런 준비가 다 돼 있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지난번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오셔서 미국으로 방미 초청을 하셨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또 한미 정상회담을 미국에서 할 것을 기대하고 있고 양국이 편리한 시기에 시점을 아마 잡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번 전화 통화에서 두 정상이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기 때문에 적절한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블링컨 장관 초청으로 이날부터 15일까지 미국에 머무른다. 박 장관은 블링컨 장관과 양자회담에서 한미 간 대북 정책 공조 방안과 공급망 이슈, 우크라이나 평화 증진 등 여러 국제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과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 장관과도 회동할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 의회의 상·하원 지도부, 싱크탱크 전문가 등과도 만난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이번 방미 기간 미국 측에 경제안보(2+2) 회의를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전통적인 군사 안보는 물론이고 경제 동맹, 기술 동맹을 전부 포괄하는 새롭게 격상된 한미 동맹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경제 안보 시대에 글로벌 공급망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이 앞장서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글로벌한 문제에 대해서 협력할 수 있는 그런 동맹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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