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골퍼가 DP 월드 투어(옛 유럽투어)에서 사상 처음으로 우승했다. 주인공은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에서 활약하고 있는 린 그랜트(23·스웨덴)다.
그랜트는 13일(한국 시간) 스웨덴 틸뢰산트의 할름슈타트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DP 월드 투어 볼보 카 스칸디나비안 믹스트(총 상금 2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쳐 최종 합계 24언더파 264타로 정상에 올랐다. 공동 2위 헨리크 스텐손(스웨덴)과 마크 워런(스코틀랜드·이상 15언더파)을 9타 차로 따돌린 압승이다.
여성 선수가 DP 월드 투어에서 우승한 건 처음이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스텐손이 호스트로 참여하는 이 대회는 남녀 선수 78명씩 출전해 같은 코스에서 경기를 벌인다. 순위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매기고, 상금도 똑같다. 다만 남녀 선수 티잉 구역만 달라 여자 선수들이 더 짧은 코스에서 경기한다. 지난해 처음 열렸을 때 여자 선수 최고 순위는 3위였다. 올해 그랜트 다음의 여자 순위는 공동 15위였고, 타수 차이는 14타나 됐다. 그만큼 그랜트가 펄펄 날았다.
이날 2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그랜트는 초반 6개 홀에서 버디 5개를 골라내며 치고 나갔고, 후반에도 버디 3개를 추가하는 등 별다른 위기 없이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부터 LET 무대에 활약한 그랜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프로 골프 선수로 활약한 골프 선수 집안의 일원이다. 할아버지 제임스는 스코틀랜드에서 프로 골프 선수로 뛰다가 스웨덴의 헬싱보리로 이주했고, 아버지 존은 스웨덴 프로 골프 시니어 투어에서 7번 우승했다.
그랜트는 우승 후 “가족들이 지켜보고, 남자 친구가 캐디를 해주는 가운데 우승해 더욱 기쁘다.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며 “사람들이 여자골프를 인정해 주고, 좀 더 많은 스폰서들이 LET를 지원해줘 여자골프가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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