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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 힘 가진 시민… 상상 못할 갈등 올 수도”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

산업 사회서 디지털 사회로 바뀌며

대립 중심축도 삶의 문제로 변화

젠더 전쟁 등 경험 못한 문제 분출

시민 막강 권력에 정치도 힘 못써

스스로 해법 찾는 '공론장' 구축을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




“우리 사회에서 갈등의 중심 축이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정부와 주민이 대립하는 공공 갈등이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삶을 둘러싼 사회 갈등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소통 구조의 변화는 시민들이 직접 권력을 창출할 정도로 무소불위의 힘을 부여했죠. 그런 시민들이 이슈에 따라 몸 풀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아마도 코로나19가 끝나면 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어마어마한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태순(58·사진) 사회갈등연구소장은 12일 서울 불광동 서울혁신센터 내 카페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의 갈등이 더 폭 넓고 더 깊게 진행될 수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동물생태학 박사인 박 소장은 2007년 귀국 후 국내 귀국 후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지역분과 위원, 국토교통부 갈등관리심의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갈등 관리 전문가다. 2018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갈등을 변화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산업 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로, 집단 위주에서 개인 중심 사회로의 전환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으면서 새로운 이해관계자가 등장했고 그 결과 새로운 갈등이 분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갈등의 양상도 크게 바뀌었다는 게 박 소장의 분석이다. 그는 “이전에는 국가와 주민 간 수직적 갈등이 초점이었지만 외환위기를 거치고 시민 사회가 발전하면서 국가적 의제 보다는 내 삶에 중요한 문제가 되는 이슈들이 전면에 부각하고 있다”며 “공공 의료를 둘러싼 대립이 그 좋은 예”라고 지적했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


사회가 다원화하면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시민 사회 내 집단 간 갈등도 급속히 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2030 세대와 기존 세대, 남성과 여성의 대립 같이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표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SNS 등으로 막혔던 의사 소통 통로가 뚫리면서 밑바닥에 숨어 있던 문제들까지 극단적인 형태로 분출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박 소장은 “서울 혜화동에서 개최된 여성들의 집회 현장을 가 보면 섬뜩한 구호들이 넘쳐 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며 “SNS를 통해 서로의 정보를 공유·동의하는 과정에서 의지를 형성하고 이것이 힘으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노사정위원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같은 국가 조직이 나서서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이십대 여성)’ 처럼 주체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주도하는 조직도 자발적인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6년 이후 시민들은 광장을 통해 직접 권력을 창출할 만큼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됐다. 얼마 전 치러진 대통령 선거는 시민들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이었다는 게 박 소장의 진단이다. 그는 “정치인도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을 편들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정치와 행정 모두 갈등 뒤에 숨어 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박 소장이 내놓는 갈등 해소 해법은 ‘시민 사회의 재구성'과 ‘의회의 정상화’다. 그 핵심에는 시민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공간인 ‘공론장’이 존재한다. 외부에서 조정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없다면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갈등 조정 역량을 키우고 서로의 이해를 합리적으로 논의해 해법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행정부 견제에 치우쳐 있는 의회 기능을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흘러 들어올 수 있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소장은 “시민들은 자신의 삶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서는 고도의 관심을 가지고 있다""파국으로 가느냐 더욱 단단한 자유민주주의로 가느냐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화된 이해와 공감을 가지고 서로의 문제 해결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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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규 기자 여론독자부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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