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입국하기 위해 멕시코 남부에서부터 걷기 시작한 중남미 이민자 수천 명이 멕시코 당국으로부터 통과비자를 받고 해산했다.
멕시코 이민청(INM)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이달 6일 치아파스주 타파출라에서 출발한 이른바 '캐러밴' 이민자 7000명을 해산시켰다"며 치아파스주 일대 이민청 110개 창구에서 멕시코 체류를 위한 서류를 발급했다고 전했다. 이민자들은 대부분 약 1개월 동안 멕시코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통과 비자를 받았다. 비자를 확보한 이민자들은 도보로 다 같이 북상하는 대신 버스 등을 이용해 개별적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멕시코 남부 우익스틀라의 버스 터미널은 북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는 이민자들로 붐볐고, 멕시코시티 등으로 가는 버스표는 매진됐다. 이민자들은 주로 베네수엘라와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출신으로 멕시코 남부 국경도시인 타파출라에서 6일 새벽 한꺼번에 출발했다. 몰려든 이민자들로 타파출라 이민청 업무가 지연되자 무작정 도보 이동에 나선 것이다.
캐러밴은 육로로 무리 지어 이동하는 미국행 이민자 행렬이다. 몇 년 전부터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멕시코 등지에서 여러 차례 등장했지만, 이번 캐러밴은 그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이다. 또 이민 문제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진 제9차 미주정상회의 개막에 맞춰 이동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멕시코 당국은 캐러밴을 강제로 해산하는 대신 비자 발급 절차를 서둘러 이민자들이 개별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민청은 "외국인들의 인권은 물론 안전하고 질서 있는 이민을 보장한다는 멕시코 정부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하며, 캐러밴 이민자들이 도보로 이동하는 동안 물과 식량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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