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핵 위협과 이란의 핵 개발,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 등 세계 곳곳에서 핵전쟁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 세계 핵무기 수가 냉전 체제 이후 수십 년 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12일(현지 시간)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서 "지난 35년 간 감소했던 세계 핵무기가 향후 10년 동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핵무기 보유 9개국(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북한)의 총 핵탄두 개수는 올해 초 기준 1만 2705기로 지난해보다 375기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는 미국과 러시아가 퇴역 핵탄두를 해체한 데 따른 것으로, 실제 전투에 사용되는 작전용 탄두의 감축은 교착 상태다. 오히려 “냉전이 절정이던 시기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핵무기가 사용될 위험이 높다”고 SIPRI는 설명했다.
실제 세계 탄두 보유량의 90%를 차지하는 러시아(5977기)와 미국(5428기)을 비롯해 모든 핵 보유국들이 지난해 핵무기 생산 시설을 현대화하거나 새로운 무기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처음 집계에 포함된 북한은 핵탄두 20기를 가졌으며 최대 55기까지 제조 가능한 핵 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됐다.
SIPRI는 “냉전 이래 진행된 핵 감축 추세가 끝났다는 분명한 징후가 있다”면서 군축 합의가 제자리 걸음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핵무기 재확산 위기가 닥쳤다고 설명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여러 차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거론하며 전 세계에 핵 전쟁 위기감을 고조시킨 바 있다.
매트 코르다 SIPRI 연구원은 “이번 전쟁으로 향후 수년 간 군축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핵보유국들이 즉시 군비 축소에 나서지 않는다면 냉전 종식 후 처음으로 세계 핵무기가 늘어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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