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정치권 귀환을 시사하며 연일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그는 국정원장을 역임하며 보유한 정보력을 강조함과 동시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모습이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2일 한 라디오(CBS) 인터뷰에서 “이번 주 안으로 복당하려고 한다”고 언급해 정치권 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앞서 “정치는 생물이고 저는 정치의 물에 사는 물고기다. 멈추면 죽고 정치를 떠나서 살 수는 없다”고도 했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 ‘X파일’ 발언으로 잡음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지난 10일 “국정원은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등 우리 사회의 모든 분을 존안자료라고 하는 소위 X파일을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자 박 전 원장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공개 발언 시 유의하겠다고 사과했지만, 정보력을 내세우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복당을 준비하는 박 전 원장은 ‘문심’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전남 목포시·광주시·봉화마을·평산마을을 방문한 일정을 밝히며 “지난 6년을 되돌아보고 민주주의의 뿌리, 민주당의 적통을 확인한 시간”이라며 “제가 정치인으로서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이 내분에 휩싸여서 매일 싸우고 있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문심을 강조했다.
박 전 원장은 이 같은 정보력과 문심을 바탕으로 민주당에서 국민의당으로 분당했던 과거를 타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6년 1월 친문계와의 갈등 끝에 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이어 20대 총선에서 4선에 성공한 뒤 2018년 국민의당을 탈당하고 2020년 7월부터 지난 5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냈다.
다만 박 전 원장이 민주당에 돌아오더라도 특별한 당직 없이 당 안팎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오는 8월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에 대해 “당대표 소리는 나오면 안 되고 제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싫다”며 “2선에서 돕겠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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