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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브로커' 송강호 "배우는 마라토너…칸 수상 전후 같을 겁니다"

송강호 / 사진=써브라임 제공




“만약 칸 영화제에서 수상하지 못하더라도 달라질 건 없었을 거예요.”

한국 남자 배우 최초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아무나 쉽게 얻을 수 없는 성과를 배우 송강호가 해냈다. 정작 그는 쉽게 들뜨지 않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연기에 중점을 두고, 상에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송강호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송강호는 극 중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며 베이비박스에서 몰래 아이를 빼돌려 파는 선의의 브로커 상현 역을 맡았다. 선의의 브로커라는 말이 모순적이지만, 설득력 있게 한 건 송강호의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연기였다. 그 결과 송강호는 남우주연상을, ‘브로커’는 경쟁 부문에 진출하고 에큐메니컬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많은 요소들이 뭉쳐져 한 작품이 되는 작업이에요. 배우로 치면 저 뿐만이 아니라 배두나,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특별출연한 송새벽 김새벽, 김선영, 이동휘 심지어는 아기까지 단역 하나하나 모든 배우들의 땀방울들이 한 방울씩 모여 한 작품이 된 거죠. 최고의 스태프들이 받쳐주고 모든 분들이 최선을 다해줘서 칸 영화제도 갈 수 있었고, 제가 영광스럽게 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을 겪은 그가 이후로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는 “영화제의 출품과 수상을 위해서 연기하고 연출하는 배우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단순히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너무 영광스럽고 기쁘고 최고의 순간이고 인생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자체가 갖고 의미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가 영화를 만드는 주체로서 중요한 것은 관객과의 소통이거든요. 그 과정 속에 영화제와 수상이 있는 거지 목표가 될 수 없어요. 칸 수상 이전과 이후의 송강호는 전혀 달라질 게 없어요. 똑같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의미가 있죠.”

‘기생충’(2019) ‘비상선언’(2021)에 이어 3년 연속 칸 영화제에 방문하면서 느낀 점도 많다. 세계 영화인들과 수많은 팬들이 한국 콘텐츠와 영화를 인정해 준다는 걸 체감했다. 어느 자리를 가든 한국 콘텐츠, 영화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뿌듯하고 자긍심도 생겼다.

“그게 꼭 ‘기생충’(황금종려상 수상)과 내가 큰 상을 받아서가 아니에요. 봉준호 감독이 말했던 것처럼 하루아침에 된 게 아니라 임권택 감독님부터 20년 넘게 켜켜이 쌓아온 결과인 거죠. 이제야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켜켜이 더 쌓아갈 것이 많기 때문에 저뿐만이 아니라 한국 영화 감독, 배우들이 다시 쌓아가는 지점들이 존재할 거라고 느꼈습니다.”

영화 '브로커' 스틸 / 사진=CJ ENM


‘브로커’가 더 특별한 건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인연을 맺은 일본 거장 고레에다 감독과 오랜 이야기 끝에 이뤄진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때 ‘요람’이라는 제목으로 정식으로 작품 미팅을 가졌고, 송강호는 작업 내내 직접 한국 정서를 반영해 피드백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고레에다 감독님이 인터뷰에서 제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칭찬을 해주셔서 민망하고 쑥스럽습니다. 사실 제가 도움을 드린 적도 없고, 단지 조심스럽게 ‘감독님께서 배우들과 소통하길 원한다. 촬영 전에 얼마든지 의견 있으면 말해주길 원하고 어떤 이야기든 해주길 원한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기에 제가 느낀 지점들, 일본 감독으로서 어쩔 수 없이 잘 모를 수 있는 대사의 묘미, 차이점을 이야기해 드리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걸 너무 크게 말씀해 주시고 과찬해 주셨어요.”(웃음)



“전 고레에다 감독님이 치밀하게 짜여있는 정교한 연출과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잘못된 선입견이더라고요. 이번에 작업하면서 놀라울 정도의 자유와 해방감을 던져주셨어요. 정말 배우들이 이 영화를 통해서 자유로워지길 원하신다고 느꼈습니다.”



12년 전 영화 ‘의형제’로 호흡을 맞춘 배우 강동원과의 재회는 만족스러웠다. 그는 “강동원은 생김새와는 다르게 정말 인간적이고 소탈하다. 피 한 방울 안 나올 거 같은 완벽한 조각 같은 미모를 뽐내지만, 인간으로서는 된장 뚝배기 같은 친구”라며 “그게 정말 좋아서 둘이서 차를 마시든 황태를 찢든 이야기를 같이 나누다 보면 재밌다. 의외로 굉장히 유머스러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브로커’를 보면 알겠지만 저도 그렇게 편한 강동원을 본 적이 없어요.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정교하고 세심하게 표현할 수 있는 연기를 보면서 새삼 놀라웠죠. 잠재력이 폭발하기 시작한다는 느낌이었어요.”

‘브로커’가 상업영화 데뷔작인 가수 겸 배우 이지은(아이유)와의 호흡도 좋은 기억이다. 노래는 잘 몰라도 이지은이 출연한 ‘최고의 이순신’, ‘나의 아저씨’ 등 안 본 드라마가 없다. 원톱 가수이면서도 꾸준히 연기를 해내가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그런 이지은과 함께 작업하게 된 것은 영광이었다.

“이지은이라는 배우가 대성할 것 같아요. 자기 일에 대한 태도 같은 것들이 선배로서 봐도 대견스러울 뿐 아니라 배울 점이 있거든요. 언젠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송강호’라는 이름만 들어도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함께하는 배우들까지 빛나니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 하지만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부담감이 전혀 없지는 않다. 항상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게 흡족한 결과물을 보여줘야 할 것 같고,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지 긴장되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부담감을 극복하는 방법이 따로 있진 않아요. 어떻게든 스스로 노력과 태도로 극복할 수밖에 없죠. 배우라는 직업은 자연인 송강호가 끝까지 가는 긴 레이스의 마라톤과 같아요. 100m 단거리 주자처럼 시작해서 결승점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에요. 42.195km가 아니라 4,200km가 될 수도 있고 긴 마라토너와 같은 직업이죠. 어떨 땐 숨이 찰 때도 있지만 천천히 뛰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그러다가 컨디션이 올라오면 빨리도 뛰어요. 일희일비도 있겠지만 그런 걸 분명히 받아들이면서 길게 보고 묵묵히 목표점을 뛰어가는 마라토너입니다.”

마라토너 송강호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린다. 한재림 감독의 영화 ‘비상선언’이 오는 8월 개봉을 앞두고 있고, 최근에는 김지운 감독의 영화 ‘거미집’ 크랭크업을 했다. 이처럼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뿐 목표점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그는 계속 반복해서 말했다.

“칸 영화제 수상이 저에게 너무 영광스럽고 잊지 못할 순간이지만 배우의 긴 인생에서 칸 이전과 이후는 같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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