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시민단체와의 행정소송에서 집시법상 시위가 금지된 '대통령 관저 인근 100m'에 대해 집무실과 사저 주변을 포함한 개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관저 인근에서만 시위를 금지한 것은 건국 이래 한 번도 대통령 집무실과 거주지가 분리되지 않았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달라진만큼 상황에 따라 법조문을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다.
15일 경찰은 최근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대통령 집무실과 거주지 모두를 집회·시위 금지 지역으로 지정한 것이 집시법의 입법 취지이고, 집무실과 거주지가 분리돼 있다면 양자 모두를 금지 지역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를 개방하고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발생한 일종의 '입법 공백' 사태라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원내 과반을 점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법 개정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임시방편으로 법조문을 보다 유연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이다.
경찰은 집시법상 '관저(官邸)'가 국어 사전적 의미의 관저와 다르며, 집무실이 포함된 개념으로 관청(官廳)과 저택(邸宅)을 아우르는 용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또 집시법이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의 주거지와 업무공간 인근 시위를 모두 금지한 만큼 "국가 원수이며 국가를 대표하는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특히 집시법이 국무총리 공관 인근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거주자의 사적 안온을 보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공관이 직무 수행장소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라면서 대통령 사저 인근 시위 금지의 필요성을 함께 부각했다.
경호 측면에선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이동 경로에 폭죽과 물병, 유인물이 날아든 사례를 거론하며 "(시민단체가) 대통령 집무실 최인접 지역까지 진출한 후 불순물 투척 등의 돌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은 앞서 시민단체들이 대통령 집무실 인근 시위를 허가해달라며 낸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집무실 인근이 법률상 시위 금지 지역인 관저 인근과 다르다며 잇따라 시민단체 손을 들어줬다. 이날 공개된 답변서는 본안 소송을 이어가는 경찰 측 주장의 요지를 담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현재 서초동 사저와 용산 집무실 사이를 날마다 출퇴근하고 있다.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을 새 대통령 관저로 개조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 달 초 입주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도 이날 오전 용산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서초동 사저 앞 맞불 시위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법에 따른 국민의 권리니까 거기에 대해 제가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7일 출근길 문답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앞 시위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 주변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라며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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