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5월 무역수지가 2조 3847억엔(약 22조 7000억원) 적자로 역대 두 번째의 적자 폭을 기록했다.
16일 일본 재무성은 5월 무역수지가 이 같이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비교 가능한 1979년 이후 두 번째로 큰 적자이며 5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적자다. 4월 8392억엔 적자는 물론 전문가 예상치인 2조 404억엔 적자를 모두 웃돌았다. 이로써 일본의 무역수지는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구체적으로 수입액이 전년 대비 48.9% 폭증한 9조 6367억엔을 기록했다. 이는 3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세계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 데다 엔저로 수입액 자체가 늘어난 게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수입액이 2.5배나 폭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제재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은 치솟고 있다. 엔달러 환율 역시 올해 초까지만해도 달러당 115엔대에서 최근 135엔까지 오르며(엔화가치 하락) 수입금액을 부풀리고 있다.
5월 수출액은 철강 등의 해외판매가 늘며 15.8% 늘어난 7조 2521억엔을 나타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봉쇄가 이어진 5월 일본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보다 0.2% 감소했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기계류 등의 판매 확대에 힘입어 13.6%나 뛰었다.
지금까지 무역적자가 가장 컸던 것은 2014년 1월의 2조 7951억엔이었다. 당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자력 발전소가 정지돼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연료 수입액이 늘어났고 2014년 4월 소비세 인상 전 '막차 수요'가 몰려 수입이 크게 늘었던 때다.
로이터는 “엔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세계 3위 경제국인 일본이 역풍에 직면했다”며 “일본은 이번분기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며 연율 기준 4.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엔저가 소비자 심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짚었다. 최근 한 조사 결과 절반에 가까운 일본 기업들은 엔저가 경영에 부정적이라고 답하기도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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