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회법 개정안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조 의원의 개정안이 정부 업무에 중대한 차질을 빚고 위헌 소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던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와 같은 논리다. 조 의원의 개정안은 정부의 시행령 변경에 대한 국회 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16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법제처는 조 의원의 법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의원실의 질의에 “아직 법제처가 공식 의견을 제출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도 “2015년 정부의 국회법 개정안 재의 요구(거부권 행사) 사례를 참고해달라”고 답했다.
법제처가 첨부한 답변서에는 2015년 박 전 대통령이 법안을 거부한 이유가 상세히 서술돼 있다. 국회의 시행령 수정 요구를 정부가 그대로 따라야 하는지, 독자적 판단이 가능한지 여부가 불분명한 데다 시행령이 국회의 개입에 따라 변경될 여지가 있어 국정 일관성이 저해된다는 내용이다. 정부의 행정입법권이 침해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포함됐다.
법제처가 7년 전 사례를 들이민 것은 두 사례가 같은 내용이어서다. 조 의원의 개정안에는 국회 상임위원회가 소관 부처의 대통령령·총리령·부령 수정이 상위법 취지에서 벗어난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경우 해당 부처는 국회의 요청을 의무적으로 처리한 뒤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시행령 개정을 통한 정부의 국정 운영을 국회가 통제할 수 있는 구조다. 여소야대 구조하에 여야가 대치하고 있어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 정치’를 통해 국정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야당이 이를 견제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이미 과반 의석 확보로 국회 입법권을 주도할 수 있는 야당이 시행령까지 틀어쥐려는 것은 법무부의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민정수석실의 인사 기능을 법무부로 이관한 것에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행정안전부에서도 시행령을 변경해 경찰국을 부활시키려 하면서 야권에서 정부의 시행령 개정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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