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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16개월 정인이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

김경훈 디지털뉴스룸 디지털편집부 차장





# 눈웃음이 예뻤던 아이. 밝고 쾌활했던 아이는 어느 날부터인가 얼굴과 이마 등에 자꾸만 상처가 났다.

# 하루하루 야위어 가던 아이의 몸은 상처가 없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겨드랑이에 살이 있던 부분이 다 없어지고 가죽만 남았다.

# 기아로 말라버린 아이는 배만 볼록하게 나와 있었다. 머리에 빨갛게 멍이 든 채 스스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생후 16개월. 입양된 지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13일 배와 머리 등에 큰 상처를 입고 치료를 받다 숨진 아이. 양부모에게 '진상'이라고 불린 아이의 이름은 정인이다.

"지금까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손상 상태가 가장 심했다.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따로 부검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정인이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한 부검의는 이렇게 말했다. 정인이의 죽음에 많은 이들이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고, 울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퍼져나간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는 우리 사회의 뼈아픈 반성과 참회였다.

지금까지 국가의 아동학대 대응체계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3월 ‘아동학대범죄처벌등에관한특례법 개정안’이 시행됐고, 앞서 1월에는 연 2회 이상 의심신고시 즉각분리, 경찰과 지자체 공무원의 권한 강화 등 국가의 개입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법 시행 1년을 넘긴 지금도 즉각분리제의 실효성·적절성, 열악한 인프라 등이 문제점으로 꼽히면서 '아동 최선의 이익'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7개 광역시·도 중 '연간 의심신고 50건당 아동학대전담공무원 1명'이라는 정부의 권고를 충족한 곳은 서울·부산·경남뿐이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4만2000건에 달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국에 73곳이 전부다.

정인이 사건이 이슈화된 몇 달 동안 국회는 40여개에 달하는 '정인이법'을 쏟아냈고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국민적 공분을 의식한 단기적 대책을 넘어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지적 속에 담겼던 우려는 법안의 실효성을 놓고 지적되는 지금의 문제점들과 맞닿아 있다.

"모든 것을 포기한 모습이었다."

정인이의 마지막 날을 기억하는 어린이집 원장의 증언이다. 정부의 통계를 들춰보지 않더라도 홀로 학대를 감내하고 있는 또 다른 정인이는 지금도 너무 많다. 아이들이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도록 구해내는 일, 튼튼한 보호막을 만드는 일. 짧고도 아픈 삶을 살다간 정인이가 우리 사회에 남긴 과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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