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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행정입법 수정 요구 법률안은 위헌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국회법에 수정 요구권 규정 땐

법률로 헌법 변경하자는 것 돼

헌법이 가진 최고 규범성 침해

법치국가의 질서 파괴하는 행위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최근 민주당이 행정입법인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의 합법 심사를 넘어서 수정 요구까지 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한다. 국회가 입법부로서 법률제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에 의해 주어진 권한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국회가 국민의 대표 기관으로 법률제정권을 가진 입법 중심 기관이기는 하지만 헌법을 넘어서 위헌적인 법률을 제정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행정입법권을 헌법 제75조와 제95조에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이라고 범위를 정해 행정부가 명령·규칙을 제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법률로 모든 국가 작용과 국민의 권리와 의무의 구체적 내용을 규정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헌법의 결정이다.

헌법은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국회에 입법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국회만 입법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 헌법은 개별 조항에서 헌법재판소·대법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 기관들에 법률에 근거하거나 이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헌법은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5년 국회법 개정에서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 통제가 논란이 된 바 있다. 행정부가 법률로부터 위임받은 범위 내에서 명령?규칙을 제정해 시행하는 것은 헌법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헌법은 국회의 행정입법권 통제에 관해 어떤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헌법에 명문 규정이 없는 한 국회는 행정부의 입법권을 법률로 직접 통제할 수 없다. 이는 헌법이 규정하지 않은 내용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으로 헌법의 최고 규범성을 침해한다.

헌법은 행정부의 입법권 행사에 대해 사법 심사를 통한 통제를 하고 있다.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헌법 기관의 규칙들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이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 이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 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헌법은 국회의 법률제정권에 관한 견제로 대통령에 대해 법률안 재의요구권을 부여하고 있다. 소위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은 헌법에 명문 규정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국가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을 위한 권한은 헌법에 명문 규정이 있어서만 따라야 한다. 헌법에 규정되지 않은 국가권력의 통제 수단을 헌법의 하위 규범인 법률에 규정하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을 침해해 헌법을 위배하는 것이다.

헌법은 국회에 행정입법권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으나 간접적인 방법은 규정하고 있다. 국회는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등의 출석요구권을 행사해 행정입법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질의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국회도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규칙제정권을 가진다. 헌법은 시행령 등을 비롯한 법률 하위의 규범을 사법 심사의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이미 통제 수단을 규정하고 있다. 국회가 국회법에 행정입법 수정요구권을 규정하면 법률로 헌법을 변경하는 것이 돼 헌법의 최고 규범성을 침해하고 민주적 법치국가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 위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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