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소진이 '별똥별'에서 연예부 기자로 열연하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연예인의 입장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됐고, 이해하고 보니 두려움도 사라졌다. 연예부 기자들이 동료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는 박소진이 캐릭터를 넘어 인간 자체에 대한 애정을 가졌기에 가능했다.
tvN 금토드라마 '별똥별'(극본 최연수/연출 이수현)은 하늘의 별과 같은 스타들의 뒤에서 그들을 빛나게 하기 위해 피, 땀,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생생한 현장을 그린다. 박소진이 연기한 조기쁨은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온스타일보 연예부 기자다.
"감독님께 보여드리기 위해 홍보팀이 기자에게 기사 내려달라고 통화하는 장면을 준비했어요. 보통 이럴 때 서로 화를 낸다고 생각하잖아요. 아마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분노하는 연기를 준비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본 홍보팀과 기자의 관계는 생각보다 가깝더라고요. 친밀한 관계가 분명 있다고 생각해 웃으면서 말하는 걸로 풀었어요. 감독님이 그걸 보고 '잘 이해하고 해낼 수 있겠다'고 생각하셨죠."(웃음)
조기쁨에 발탁된 박소진은 연예부 기자의 일상과 생활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 연예부 기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그는 혹여 뉘앙스가 다르게 전달될까, 두려운 마음을 안고 역할을 만들어 나갔다.
"흔히 기자하면 사회부 이미지가 크잖아요. 보통 사람들이 봤을 때 차갑고, 날카롭고 시니컬한 이미지요. 그런데 준비하면서 보니, 연예부 기자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어요. 어떤 사건에 대해서도 도의적이고 인간적인 시작으로 바라보더라고요. 그게 저한테는 심지가 됐어요. 다만, 일할 때 사적인 감정을 섞으면 안 되니 그러지 않기 위해 사회적 가면을 쓰는 거라고 해석했습니다."
연예인 입장에서 연예부 기자를 바라봤던 박소진은 이번 작품을 통해 기자의 입장에서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됐다. 내방 인터뷰를 갔을 때, 사무실 안에서 기자들의 온도 차이가 대표적으로 깨달은 예라고. 그동안 박소진이 연예부 기자들에게 가졌던 오해가 씻기는 순간이었다.
"저는 인터뷰를 하러 갈 때 사람을 만나러 가는 생각으로 갔어요. 물론 일이지만 그런 마음이었는데, 나를 반겨주지 않나 오해할 정도로 차가운 분위기였죠. '별똥별'에서 해피 에피소드가 있잖아요. 기쁨이가 국장한테 혼나고 해피를 인터뷰하는데, 해피가 너무 밝으니까 어색해 해요. 당연히 국장이랑 스트레스가 오가다가 너무 큰 에너지가 들어오니까 순간적으로 제 마음이 일거리처럼 생각하더라고요. '아 이 온도였구나' 싶어요."
"또 극중 국장이 어떤 연예인이 악수를 안 했다고 안 좋은 기사를 쓰라고 말하는 게 있어요. 그 부분도 충격이었죠. 저는 기자들이 소속된 직장인이라기보다 독립체라고 생각했어요. 개인의 이름으로 기사가 올라가니까요. 그런데 흔히 직장에서 겪을 법한 관계를 통해 기사를 쓰기도 하는구나 싶어요. 그러면서 '내적 갈등이 엄청나겠다'라는 마음이 들었고요. 사실 그것도 직업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해요."
조기쁨의 성격은 자신과 닮은 듯 다르게 만들어 나갔다. 평소 박소진은 자신의 사적인 영역 안에서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고. 마음속으로는 시니컬한 생각도 많이 하지만, 밖에서는 웃으면서 정리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크게 문제 될 것 같지 않고, 나만 불편하고 지나갈 것 같으면 잘 내뱉지 않아요. 누구나 마음에 불편함을 갖고 있잖아요. 그런데 조기쁨은 자기가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던 것도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사람이에요. 저랑 다른 성격을 연기해 보니 재밌고, 시원하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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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적인 부분도 신경 썼다. 박소진은 기자에서 더 넓게 확대해 직장인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그가 만났던 기자들이 저마다의 개성과 스타일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 접목시켜 그만의 조기쁨을 완성했다.
"보통 시크하게 입어야 될 것처럼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만난 기자들은 저마다 다양한 스타일이 있었죠. 고민 끝에 빈티지한 스타일링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꽃무늬 블라우스도 망설이지 않았고요. 어떤 날은 치마도 입었어요. 너무 밝거나 너무 어둡게 하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슈퍼스타 공태성(김영대)을 보면서는 걸스데이 시절을 떠올렸다. 보통 일상적인 공간에서 크게 다른 사람을 신경 쓰면서 살지 않는데, 걸스데이 시절에는 누군가 알아볼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모자, 안경 등을 착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더 사람들 눈에 띄었지 모른다.
"그때는 이상하게 많이 예민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괜찮아요. 회사 식구들이 현장 찾아와서 응원을 해주면 기운이 없다가도 생기죠. 안도가 생겼어요. 또 '별똥별'을 통해 홍보팀의 고충을 알게 됐는데요, 제가 하는 일들이 이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았으면 해요."
박소진은 '별똥별'을 통해 현장 경험을 많이 쌓으며 성장했다고 말했다. '스토브리그' 때면 생각을 많이 하면서 경험이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 내렸다면 '별똥별' 때 이를 실천에 옮긴 셈이다. 현장에서 부대끼는 경험이 자신을 발전하게 만들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확실히 현장에서 집중도가 높아졌어요. 이건 현장에 계속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에요. 자꾸 현장에 있어야 제 마음이 단단해져요. 앞으로는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다면 역할의 크기는 따져본 적이 없어요. 절 믿고 써 주신다는 것 자체가 제가 최선을 다해야 할 부분이에요. "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더 진중해진 박소진. 사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캐릭터 고민이 깊어졌고, 자연스럽게 연기에 대한 자세로 이어졌다고. 비슷해 보이는 캐릭터여도 글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기에 같은 캐릭터는 없다는 생각이다. 여기가 캐릭터 연구에 대한 출발점이며 박소진이 무궁무진한 캐릭터를 만나기 앞서 설레는 지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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